詩와 함께 하는 오후

입력 2004-01-15 09:00:16

밤사이 나뭇잎이 떨어지고

떨어진 나뭇잎이 발목에 쌓여

따뜻한 양말이 될 때

나는 부러웠다, 눈은 내리고,

눈 내린 밤. 모두 벗은 나무들이

하얀 잠옷으로 갈아입으면

나는 부러웠다

삐딱하게 쓰고 있는 흰 모자도

어깨 위에 두른 솜털 목도리도

너무 부러워 꿈에 보였다.

김종해 '눈 오는 밤' 부분

김종해 시인은 1963년에 등단했으니 이제 원로시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 시에서 떨어진 나뭇잎이 나무의 양말이 되는 것을 보고 부러웠다고 적고 있다.

나무의 하얀 잠옷이 부러웠고 솜털 목도리가 그렇게도 부러워 꿈에 보일 지경이라면 얼마나 그 어린 시절의 겨울을 춥게 보냈는지 알고도 남음이 있다.

물론 지금의 젊은이들은 어떻게 들을지 모르겠지만 어른들이 그렇게 어려운 시대를 살아왔다는 것을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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