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설기던 외화, 설연휴 기 펼까?

입력 2004-01-15 09:35:33

'피터팬''브라더 베어''페이첵' 등 개봉

"설 연휴 극장가에 한국영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설에는 온 가족이 다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 애니메이션, 스릴러, SF 등 다양한 장르의 외화가 스크린에 걸려 긴 연휴의 지루함을 달랜다.

한국영화에 도전장을 낸 외화들을 소개한다.

◇온 가족이 다함께

애니메이션 '브라더 베어'와 모험으로 가득 찬 팬터지 영화 '피터팬'(사진 왼쪽)이 16일 같은 날 개봉, 설 연휴 가족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디즈니의 새 장편 애니메이션 '브라더 베어'는 지금까지의 디즈니 작품 중에서도 우화적인 메시지가 가장 강한 작품으로 꼽힌다.

알래스카의 우애 깊은 에스키모 3형제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교훈적이고 따스하기만 하다

형을 죽인 곰을 끝까지 찾아내 복수에 성공한 막내 키나이는 부족신의 주술에 걸려 자신이 그토록 증오했던 곰으로 변하고 만다.

영문을 모르는 둘째 데나히는 곰이 된 동생을 공격하려 하고, 곰이 되고 나서야 사랑의 소중함을 깨달은 키나이는 곰의 세계에 들어가 우정을 쌓으며 '역지사지'의 교훈을 얻게 된다는 줄거리이다.

대자연의 환상적인 모습을 아름다운 색감으로 살려낸 요세미티, 옐로스톤 공원 등의 장관은 기막힌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 디즈니 특유의 코믹한 캐릭터들의 유머스런 연기는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하지만 단순한 줄거리에다 캐릭터 상품을 사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지 못할 정도로 그려진 밋밋한 캐릭터들은 흠이다.

P. J. 호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이 끌리는 '피터팬'은 지금까지의 수많은 피터팬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나이 먹기를 거부하는 피터팬과 이제 막 사춘기에 들어간 웬디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중심 축을 이루고 있다.

105분 동안 피터팬과 웬디가 달빛 아래 춤추는 장면, 분홍빛 구름 속으로 날아가는 장면, 꿈과 모험의 나라 네버랜드의 울창한 숲, 흉측한 해적선 등 환상적인 장면이 스크린을 뒤덮는다.

어린이들은 풍부한 특수효과가 가져다주는 시각적 즐거움에 눈이 즐겁고, 한때 어린이였던 성인들은 잃어버린 꿈과 희망이라는 동심을 선물 받아 가슴이 따뜻해진다.

장편 애니메이션의 전통을 지닌 디즈니의 '브라더 베어'와 '모험과 발견, 그리고 꿈'이라는 원작의 정신을 가장 충실하게 살린 것으로 평가되는 이번 '피터팬'의 대결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

◇소설을 영화로

영화 '런어웨이'와 '페이첵'(사진 오른쪽)은 모두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진 해크만과 더스틴 호프만 등이 출연하는 '런어웨이'의 원작은 '펠리컨 브리프', '타임 투 킬' 등의 원작자인 존 그리샴이 1996년 발간한 '사라진 배심원'. 원작대로 영화는 총기 난사 사건이 발단이 돼 무기회사를 상대로 벌이는 소송을 다뤘다.

다만 소송 상대를 담배회사에서 무기회사로 바꾼 것만 다르다.

'런어웨이'는 시작부터 끝까지 긴박감을 유지하는 깔끔한 법정 스릴러물. 그래서 관객의 머리를 쉴 새없이 만든다.

또 미국 배심원 제도의 허점이라는 치부를 들추는 이 영화는 흥미를 높이기 위해 게임과 흥정이라는 방법을 선택한다.

그래서 영화 속 법정에서는 '배심원 도둑질'이 난무한다.

변호사 웬델(더스틴 호프만)과 배심원 컨설턴트인 랜킨(진 해크만)의 법정 싸움에 배심원 니콜라스(존 쿠잭)가 정체를 숨긴 채 게임을 벌이는 이 영화는 팽팽한 긴장감의 연속이다.

특히 연기파 배우인 3명의 안정적인 연기는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오우삼(吳宇森)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페이첵'은 미래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뒤 기억을 잃어버린 공학자의 이야기를 그린 SF 액션스릴러. '블레이드 러너'와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원작자 필립 K. 딕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20일 국내에 첫 선을 보이는 '페이첵'은 오우삼 감독의 명성 외에도 할리우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남.여 배우 벤 애플릭과 우마 서먼이 함께 손을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들의 매력적인 조합은 상승효과를 내기보다 오히려 후퇴한 느낌이다

'굿 윌 헌팅', '도그마' 등에서 보여줬던 애플릭의 감성은 사라지고 격렬한 총격전, 오토바이 추격 등 오우삼 스타일의 액션만이 남아있을 뿐. 가장 매력적인 조합이 낳은 가장 아쉬운 결과물이 아닐까.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