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파벌과 친분

입력 2004-01-14 15:45:08

"천자(天子)는 사해(四海)를 집으로 삼습니다.

마땅히 동서(東西)를 구별해서는 안 됩니다.

천자는 사람들에게 편협하게 보이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중국 당(唐)나라 때 장행성(張行成)은 태종에게 이 같이 간했다.

태종은 이 신하의 말에 깊이 깨닫고 "천자는 지공무사(至公無私)해야 한다.

관직은 천하인민을 위한 것이므로 오직 현재(賢才)를 선발해 담당시킬 것"이라고 공표했다.

중국 역사상 최고의 치세로 인정받는 '정관(貞觀)의 치(治)'는 이렇게 해서 이뤄졌다.

태종의 재상과 장군은 강남.산동.관롱 등 전지역에서 등용됐고, 명문과 서인도 가리지 않았다.

▲미국의 독립운동가로 나중에 대통령을 지낸 워싱턴.제퍼슨.매디슨 등도 철저하게 파벌(당파)을 부정한 인물들이었다.

위싱턴은 '당파 초월'을 늘 신념으로 가지고 있었다.

매디슨의 경우 '파벌 분쇄'를 줄기차게 주장했으며, 제퍼슨 역시 '파벌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입지를 다졌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은 미국을 영국의 식민지배로부터 구하고, 국가 발전의 기틀을 다졌는지 모른다.

▲우리나라의 젊은 대학교수들이 업무와 관련해 가장 어려운 점은 대학 내의 '파벌'이며, 교수를 채용할 때 가장 많이 작용하는 요소가 '친분'이라고 꼽았다.

'교수신문'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업무 중 어려운 점은 '파벌' 문제가 18.5%로 가장 높고, 교수 채용 때는 기존 교수들과의 '친분'이 21.4%로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교수 공채가 '불공정하다'가 55.3%나 된다.

▲업무상 어려운 점은 그 다음으로 '교육.연구 시설 낙후'(16.1%), '과다한 행정업무'(12.9%) 등이며, 교수 채용 때 작용하는 요소는 '학부 출신 대학' 20.9%, '인사권자와 친분'이 18.6%나 차지했다.

특히 교수 채용에는 '친분' 작용이 40%지만, 학부 출신까지 같은 범주에 넣는다면 무려 60.9%에 이르는 셈이다.

게다가 업무에도 '파벌'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어 부정적인 시각이 압도적이듯, 대학이 '파벌과 친분 사회'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우리 사회는 지금 원칙과 도덕성이 땅에 떨어지고, '제 몫만 챙기기'가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우리는 자신과 자신이 소속된 '패거리'의 이익만 추구하는 '삭막한 풍경' 속에 내팽개쳐져 있으며, 그 세력 다툼이 창궐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 사회마저 '파벌'과 '친분'으로 패거리 짓기를 계속한다면, 나라의 장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세계화 시대에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실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대학 교육이 절실히 요구된다.

대학 사회부터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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