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풍 신도시' 성공할 수 있을까

입력 2004-01-14 13:45:08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이공래 박사는 13일 오후 대구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구테크노폴리스 용역 최종 보고회에서 제1 후보지역으로 달성군 현풍 신도시 일대를 추천하며, 연구용역의 벤치마킹 모델로 대만의 신주과학단지 및 타이난과학단지, 프랑스의 소피아앙티폴리스 등을 꼽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성공모델로 생각하고 있는 세계적 테크노폴리스(과학.첨단산업단지)들이 특정지역을 '입지'로 선택했던 이유를 살펴보는 것이 대구테크노폴리스 계획의 타당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다.

테크노폴리스의 성공요인을 몇 가지 요소로 설명한다는 것이 대단히 어렵지만, '입지'가 테크노폴리스 성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타이완의 신주과학단지를 1980년대 초 수도 타이베이에서 70㎞나 떨어져 있는 외곽에다 조성한 이유는 그곳에 이공계 명문대학인 칭화대학과 지아오통대학, ITRI(공업기술연구원: 전체 직원 6천800명)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도심에서 다소 거리가 떨어져 있는 곳에 중국이 '중관촌'을 건설한 것도 최고의 명문인 베이징대학과 칭화대학이 그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1996년 조성을 시작한 타이완의 타이난과학단지는 도심에서 고속도로를 40분이나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사탕수수밭에 건설됐지만, 신주과학단지에서 성공한 대기업들의 '입지수요'가 있었다.

프랑스의 소피아앙티폴리스는 칸과 니스의 중간에 위치한 버려진 야산을 개발해 세계적 연구개발단지로 성공한 경우다.

이 때문에 STEPI 용역팀은 '현풍' 대구테크노폴리스의 가장 근접한 모델로 소피아앙티폴리스를 지적했다.

그런데 용역팀은 소피아앙티폴리스가 개발에 착수한 지 15년 동안 단 하나의 기업도 유치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비판이다.

소피아앙티폴리스가 지금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계기는 대기업인 에어프랑스의 연구개발부서(전산실)가 입주하면서부터다.

지중해를 낀 천혜의 관광자원으로 인해 인근 니스가 서구유럽인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도시인 점이 성공을 가속화하는 자원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자리를 잡는데 30년이 걸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STEPI가 경북대 이공계대학 이전과 산업기술대학원 및 대구경북과학기술원(DKIST) 설립 등으로 대구테크노폴리스 성공의 '매력' 포인트를 강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런 식의 개발 전략이라면 국가 전략적 차원의 지원이 전제된다고 하더라도 30년 이상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 때문에 국내 재벌급 대기업의 참여가 전제되지 않는 신도시 개발형 대구테크노폴리스 계획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공래 박사는 "이번 용역에서 경북의 요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힘에 따라 대구시에서 발주한 대구만의 용역결과를 가지고, 대구시와 경북도 및 중앙정부의 공동사업인 DKIST의 입지에 대해 선입견을 갖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사진:13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대구테크노폴리스 및 연구개발 집적지구조성 기본계획' 최종 보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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