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유머] 1월 14일

입력 2004-01-14 08:43:53

제목 : [반지의 제왕 패러디] 레이디 미들어스 사우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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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인터뷰를 위해 바랏 두르로 향하면서 본 기자는 내심 걱정을 했다. 미리 약속한 일정이긴 하나 토탈 뷰티 케어 센터의 마담 사루만의 소식이 끊긴 지금 마담과의 오랫동안 서로를 감싸주고 지탱하는 아름다운 관계로 유명한 사우론 씨가 한가하게 잡지사 인터뷰에나 응하고 있을 여유가 있을까하는 염려가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들 어스 최고의 젠틀맨, 뭇 나즈굴들의 영원한 형님 사우론 씨는 과연 예의 바른 신사였다. 마담의 안부를 걱정하고 연락 방도를 찾느라 황망 없는 와중에도 의연하고 따뜻하게 본 기자를 맞아주는 그에게서는 미들 어스 1,2,3 시대를 모두 치열하게 살았던 자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유장한 관록이 풍겼다.

다만 눈알 전체에 걸쳐 유난히 핏발이 서 있는 것은 최근 그의 심기를 어지럽히는 철없는 자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점이라 할 것이다.

본 기자: 바쁘신 와중에도 약속을 취소하시지 않고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우론 씨: 약속을 어기는 것은 제 신조에 어긋납니다. 아무리 예의가 땅에 떨어진 세상이라 해도 지킬 것은 지키고 살아야지요.

본 기자: 1,2,3 시대를 모두 겪으신 분의 입장에서는 3시대의 너도나도 무례함이 판치는 풍조가 더욱 극심하게 느껴지시겠군요.

사우론 씨: 그렇습니다. 모르고스 형님이 건재하실 때만 해도 미들 어스 꼴이 이렇지는 않았어요. 당시 엘프들은 게으르긴 했어도 심성 자체가 글러먹진 않았거든요.

본 기자: 사우론 씨가 몇몇 대장장이 엘프들을 모아 금은방을 차리셨던 게 2시대 중엽이었던가요?

사우론 씨: 맞습니다. 그 때 엘프들 중 가정 환경이 좋지 못했던 애들 몇몇을 모아 대장장이 기술을 가르쳤지요.

본 기자: 드워프도 아니고 엘프들을 데리고 일을 하는 게 쉽지는 않으셨을텐데요.

사우론 씨: 그렇지요. 엘프들은 그저 허영심이 강하고 노는 것만 좋아해서 조금만 일이 험하다 싶어도 "꺄악~~ 머리칼 끝이 그을렸어~~" "전 불 가까이에서 일 안할래요. 땀 닦다 속눈썹 망가진단 말예요"하고 몸을 빼기가 일쑤지요. 그뿐입니까. 잠시라도 제가 다른 곳에 갔다 오면 그 새 일은 팽개치고 자기들끼리 모여 빙 둘러앉아 "오~~엘베레스 길소니엘~~" 하면서 뮤지컬이나 하고 있단 말입니다. 영생을 가진 것들은 그래서 글렀어요. "오늘 못하면 내일 하고 올해 못하면 내년에 하며 미들 어스에서 못하면 발리노르 가서 하면 되지" 가 머리에 박혔거든요. 드워프들만 해도 엘프들보단 나아요. 드워프들은 그래도 장인 정신이 있거든요. 에루가 드워프를 창조하려다 실패해서 나온 게 엘프라는 소문은 절대 사실입니다.

본 기자: 그래서 힘의 반지 프로젝트의 최종안에서는 엘프들이 빠진거군요.

사우론 씨: 네. 세 반지와 아홉 반지까지는 어찌 엘프들을 달래서 같이 작업했지만 계속 이 녀석들과 동업을 하다가는 제가 복장이 터져 제 명에 못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뭡니까. 그래서 늬들은 계속 거기 모여 앉아 노래 자랑이나 해라, 그냥 일은 나 혼자 하마...하고 저 혼자 유일 반지를 만들어낸 겁니다. 헌데 막상 저희들 하고 싶은대로 하게 내버려뒀더니 이 엘프들이 이번에는 제가 자기들을 따돌렸다고 삐지지 뭡니까? 그리고는 저처럼 남을 무시하는 사장 밑에서는 일을 못하겠다면서 세 반지를 챙겨서 휭하니 가버리더군요. 하지만 자기들은 여럿이고 저는 혼자였는데 상식적으로 누가 누굴 따돌렸겠습니까?

본 기자: 그리고 엘프들은 거기서 그친 게 아니라 사우론 씨의 작업장을 공격해 유일 반지를 강탈하려고 시도했지요.

사우론 씨: 결국에는 엘프들과 한패였던 이실두르라는 작자가 가져갔지요. 전 하도 엘프와 인간의 연합군에 시달리던 차라 반지가 제 손에서 빠져나갔을 때는 차라리 속이 시원했습니다. 그래, 먹고 떨어져라...라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요. 어차피 금은방은 작파한지 오래 되었으니까요.

본 기자: 한동안은 미들 어스를 떠나 동인 왕국 누메노르에서 일한 적도 있으시지요? 그 때 일을 자세히 들을 수 있을까요?

사우론 씨: 아르 파라존 왕은 하늘이 내린 동인남이었습니다. 실력 면에서나 의욕 면에서나 그를 따라갈 자는...흠...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있는 쉴롭 여사 정도라고나 할까요. 모델을 봤다하면 즉각 거미줄로 칭칭 감아놓은 뒤 첫째 다리로는 시리어스물을, 둘째 다리로는 개그물을 쓰고 다음 다리 두 개로 콘티를 짜고 그 다음 다리 두 개로는 그림을 그리며 일곱 번째 다리로 엄챗을 하고 마지막 다리로 예약을 받는 일을 동시에 해낸다는 쉴롭 여사 말이죠. 하지만 아르 파라존 왕이 그에 맞먹는 분량의 일을 두 손으로 해냈던 그 업적은 아무리 찬양해도 모자랄 따름입니다. 오죽하면 원래 왕위를 이어받아야 했던 사람은 타르 팔란티르 왕의 딸이었지만 온 국민들이 아르 파라존을 왕으로 추대했겠습니까. 타르 미리엘도 그럭저럭 괜찮은 동인녀였지만 아르 파라존에 비하면 아무래도 딸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어요.

본 기자: 그런 아르 파라존 왕이 삼고초려하여 사우론 씨를 모셔갔던거군요.

사우론 씨: 이것 참 제 자랑이 되는 것 같아 쑥스럽습니다만 반지 세공업을 한 데서 보이듯 제가 미적 감각은 좀 있는 편입니다. 이건 다른 데서는 안하는 얘기인데 사실 마담 사루만의 흰 손 마크를 디자인해준 것도 저였어요. 어쨌든 아르 파라존 왕은 작업량을 감당하지 못해 실력 있는 어시를 구하던 참이었는데 그 때 제 이야기가 왕의 귀에 들어간 거였지요. 친히 배를 타고 움바르까지 와서 저를 스카웃 하는데 그렇다고 멀리서 온 사람 청을 거절한다는 게 못할 짓이더라구요. 그래서 따라갔지요. 처음엔 배경 담당이었지만 점점 다른 일도 맡게 되고 나중엔 왕의 카운슬러로 공동 기획까지 하게 되었어요.

본 기자: 그럼 아르 파라존 왕의 비운의 마지막 프로젝트도 함께 하신 겁니까

사우론 씨: 아니, 전 그 때 오히려 말리는 쪽이었어요. 오크부터 마이아까지 모든 종족의 커플링을 섭렵한 아르 파라존 왕은 새로운 소재에 목말라 했고 급기야 발라 북을 낼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 뜯어 말렸어요. 발라들은 사실 굉장히 못생겼거든요. 하지만 아르 파라존 왕은 "난 이대로 멈출 수 없어, 사우론" 하고는 그대로 배를 타고 영생의 땅으로 향하더군요. 결국 경각심을 느낀 발라들이 저주를 내려 동인 왕국 누메노르는 가라앉고 누메노르 인들의 영광 역시 사라진 것입니다.

본 기자: 참으로 안타까운 이야기군요.

사우론 씨: 가장 안타까운 건 그로 인해 누메노르 왕실 도서관도 가라앉아 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희귀한 커플링이 사라져갔는지 모릅니다. 그 도서관에 비하면 모리아의 도서관 따위는 동네 책 대여점에 불과해요.

본 기자: 그 때 살아남은 누메노르 인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우론 씨: 최악입니다! 선조들의 재능을 못 물려 받은 건 물론이고 기본적인 예의 조차도 안 되어 있어요. 아까 엘프 얘기를 했죠? 엘프들은 게으르긴 해도 심성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하지만 누메노르 후손들은 천성이 남의 불행을 즐깁니다. 일례로 곤도르 인들이 미나스 이실에다 심었던 백색 나무 말이죠. 봄만 되면 꽃가루가 트럭 분량으로 날립니다. 전 알러지가 좀 심한 편인데 바랏 두르까지 날아오는 그 꽃가루 때문에 눈물과 재채기로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지경이었어요. 엘렌딜을 붙들고 제발 그 나무 좀 어찌 해달라고 애원을 했건만 그 영감은 봄이면 그 나무 밑에서 삼겹살 구워먹는 재미가 얼마나 큰데 그런 소리냐고 버럭 화를 내더군요. 결국 그렇게 삼겹살 구워먹다 휴대용 버너가 불을 내는 바람에 백색 나무를 홀라당 태워먹고는 그걸 제 소행으로 돌렸지요.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어요. 이제 나무가 없어져 한 숨 돌리나 했더니 이번엔 이실두르가 미나스 아노르에다 백색 나무를 심었던 겁니다. 다 제 알러지 증세를 알고 한 짓입니다. 게다가 제가 원래 육신을 잃은 뒤로는 더 힘들어졌습니다. 보시다시피 눈꺼풀이 없으니 눈을 감아버릴 수도 없지 않습니까? 섭정 벨렉소르 2세 일가가 휴가를 떠날 때 백색 나무에 물주는 걸 깜빡해서 나무가 말라죽을 때까지 저는 해마다 봄이 무서웠습니다.

본 기자: 참 씁쓰레한 이야기군요. 이야기를 돌려서 누메노르가 멸망한 뒤로는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사우론 씨: 다시 미들 어스로 돌아와 처음 한 동안은 살 길이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살아지는 게 인생 아니겠습니까. 보시다시피 모르도르는 개발이 덜 되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는데 그걸 이용하기로 생각을 한 거지요.

본 기자: 전 모르도르 야생 공원의 팬입니다. 연중 자유 이용권이 있는 건 물론이고 지인들에게도 이용권을 선물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아요!

사우론 씨: 허허 그렇습니까. 기쁜 이야기군요. 안그래도 모르도르 공원, 특히 동물 코너는 체험 학습 코너로도 아주 평이 좋지요. 주말이면 와르그 옆에서 사진 찍는 일가족으로 붐비고 북치는 트롤은 재롱둥이로 관객 인기 순위 1위입니다.

본 기자: 맞습니다. 트롤 애교가 장난이 아니던데요. 하지만 공원이 잘나가는 만큼 귀찮은 일도 많지 않습니까?

사우론 씨: 네. 팔란티르에 동물원 코너 광고를 낸 적이 있는데 어느 날 'sexydene'라는 아이디의 팔란티르 유저가 초면에 인사도 없이 다짜고짜 "님아 나 깜찍한 >_< 호빗 한 마리만 분양해주셈,,,택배루다...그럼 즐" 하는 쪽지를 보내오는 겁니다.

본 기자: sexydene라면... 팔란티르 유저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은 곤도르의 데네소르 씨군요.

사우론 씨: 그렇지요. 그래도 전 상대가 나이가 어려서 그러려니 하고 점잖게 본 동물원은 호빗은 취급안한다는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절나 치사...C8...누가 장사꾼 아니랠까바 그게 글케 아깝냐? 돈 주고 사면 대자나...얼마냐? 얼마야? ㅆㅂ 글케 돈 벌어서 쌍커풀 수술할라 그러냐? 눈깔바께 엄는게..." 하고 답이 오더군요. 전 돈 벌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정말 없어서 그러는 거라고 설명을 했는데도 악착같이 호빗 내놓으라고 생떼를 쓰는 겁니다.

본 기자: 저런...그런 작자는 사이버 팔란티르 수사대에 신고해버려야 합니다!

사우론 씨: 저도 그 생각은 했습니다만 차마 어린 친구를 상대로 할 짓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결국 제 돈을 써서 나즈굴과 우르크 하이를 시켜 호빗을 구해오게 시켰습니다. 원래는 네 마리를 쫓았고 실제로 두 마리는 잡았는데 중간에 이 놈들이 도망을 가는 통에 한참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최종적으로 평소엔 별로 마음에 안들던 작자지만 마법사 건달프 편으로 호빗 한 마리를 보냈지요.

본 기자: 그랬더니 잠잠해지던가요?

사우론 씨: 처음에는요. 하지만 곧 "ㅆㅍ...호빗이 열라 꾸져써...주인은 난데 ! 우리 둘째 놈을 더 따라...딴 놈으루 바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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