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함께 하는 오후

입력 2004-01-14 08:59:26

바라만 보아도 겨웠던 설레임

후회 없이 마르는 잎, 사랑의

투박한 흔적, 넓게 드리워

노랑 그리움의 날들은

까맣게 영글어

차마 삭이지 못한 멍울 접으며

고개 숙이고 서있다.

사랑하는 이를 보낼 수 있어도

사모하는 이 돌아서지는 못한다.

황인숙 '해바라기의 연가' 부분

황인숙 시인은 첫인상이 매우 단정한 모습을 보이는 시인이다.

이 시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날 때 눈물로 보낼 수는 있어도 사모하는 사람을 내가 차지하지 못한다고 해서 마음을 돌려 돌아서서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다는 것을 해바라기에 비유해서 적고 있다.

전통적인 한국 여인의 마음 곧 먼저 가서 사랑한다고 고백하지 못하고 뒤에서 지켜보고만 있는, 그 사람이 나에게 와 주기만을 기다리는, 그런 마음을 잘 표현한 시이다.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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