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안풍사건' 새 국면 맞나

입력 2004-01-13 10:03:49

안기부 예산 불법 전용사건인 이른바 '안풍(安風) 사건'의 자금은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강삼재 당 사무총장에게 건넨 것이라는 주장이 변호인을 통해 제기돼 적

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그동안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돈이 YS로부터 나왔다는 설이 심심찮게 흘러나왔

지만 안풍 재판을 받고 있는 당사자인 강 의원의 변호인을 통해 이런 주장이 직접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안기부 예산을 횡령, 국고를 손실했다는 강 의원의 혐의

는 대폭 줄어들 여지가 많아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YS

의 개입 여부를 놓고 검찰의 재수사 필요성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기부 예산은 아니지만 자금 출처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강 의원이 과연 이제와서 입을 열 것인지, 또한 이 주장 자체가 사실인지 여부가 불

투명할 뿐더러 YS가 어떤 입장을 밝힐지 지켜봐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번 변호인측 주장이 사실이라고 가정한다면 안풍사건 공판에 크게 두 가지 영

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강 의원은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과 공모, 지난 96년 총선을 앞두고 안기부

예산 940억원을 신한국당에 불법 지원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에

추징금 731억원을 선고받은 상태.

우선 강 의원이 유용했다고 지목된 돈에 대한 법적 책임은 강 의원이 아닌 YS가

져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때 YS는 불법자금의 1차적 집행자인 반면 강 의원은 YS의 뜻을 받들어 자금을

집행한 대리인에 불과할 가능성도 있어 강 의원의 혐의는 YS와 사이에서 공모관계가

성립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둘째 YS가 강 의원에게 건네줬다고 주장하는 돈의 실체가 무엇이냐에 따라 적용

혐의가 달라질 수 있다.

만약 YS가 김 전 안기부 차장에게 안기부 예산을 전용토록 한 것이라면 국고손

실 혐의가 그대로 유지되지만 YS가 김 전 차장을 통해 관리하던 개인자금일 경우 이

돈의 성격이 무엇이냐에 대한 문제가 수반되기 때문.

YS가 개인적으로 1천억원이 넘는 돈을 축재했을 개연성은 높지 않다는 점을 고

려할 때 이 돈이 대선잔금이나 당선축하금 등일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경우에

따라 뇌물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변호인의 이런 주장에 대해 금명간 변호인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주

장의 신빙성을 확인하는 등 재수사 여부도 신중히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이 재수사 쪽으로 결론을 내릴 경우 YS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질 지 주목

되는 가운데 현재 2심이 진행중인 항소심 공판은 재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풍사건의 1차적 책임자가 YS였다는 변호인측의 주장은 결국 강 의원이

나 김 전 차장의 입을 통해 입증돼야 하는 것이지만 현재 이들은 이를 완강히 부인

할 가능성이 높아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강 의원은 "안기부 예산은 아니지만 자금출처는 밝힐 수 없다", 김 전 차장은 "

모두 안기부 관리자금에서 나온 것"이라며 서로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긴 하지만

YS가 끼어들 틈 또한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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