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밀렵이 숙지지 않고 있다.
민가 주변 야산과 깊은 계곡에는 덫.올무.독극물 등 야생동물들의 목숨을 노리는 밀렵도구들이 지천으로 깔려있다.
무차별 밀렵 현장을 찾아 그 실태를 살폈다.
▨밀렵현장
지난 17일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경북북부지회와 안동시, 자연사랑회 안동지회, 안동산림조합, 임업후계자협회안동지회, 군부대, 지역주민 등 150여명은 안동시 예안면 인계리 일대 야산에서 밀렵도구 수거작업을 벌였다.
비탈밭을 지나 산 계곡을 오른지 5분도 되지 않아 하늘을 향해 톱날을 벌인 지름 50cm크기의 철제 덫이 발견됐다.
먹이를 찾아 산 아래로 내려오는 대형동물을 노린 것.
산을 조금 더 오르자 올무에 몸통이 걸려 고통스럽게 죽은 고라니 한 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고라니는 몸무게가 20kg정도 되는 수컷이었다.
몸통을 감고 있는 지름 3mm의 와이어 쇠줄로 만든 튼튼한 올무가 이미 고라니의 살 깊이 파고들어 있었다.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안동지회 정오진(44)수색대장은 "보통 올무는 고정된 나무에 설치해둔다"며 "이 고라니를 죽게한 올무는 잘린 통나무에 설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고라니가 통나무를 끌고 온 산을 돌아다니다 지치거나 압사해 죽게 만드는 더욱 잔인한 올무라는 것이다.
특히 물 웅덩이가 있는 계곡 주변에는 물을 먹기위해 내려오는 짐승을 노린 올무.덫이 어김없이 설치돼 있었다.
이날 2시간에 걸친 수색작업 끝에 수거한 불법 엽구는 무려 100여개나 됐다.
한 지역에서 수거한 불법 엽구가 이 정도이니 얼마나 광범위한 지역에서 밀렵이 진행되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총기를 이용한 밀렵도 여전히 극성이다.
올 겨울 수렵허가가 난 경북북부 일부 지역을 비롯해 청송.영양 등지에선 사냥개를 동원한 밀렵이 성행하고 있다.
▨밀렵동물 판매
'야생동물이 몸에 좋다'는 속설이 야생동물들의 밀거래를 부추기고 있다.
야생동물 밀거래에는 현지 주민들도 가담하지만 대부분 전문꾼들에 의해 이뤄진다.
안동시 북후면 학가산 일대를 무대로 삼는 밀렵꾼들은 충북 단양 등 외지에서 원정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구매자로부터 미리 주문을 받아 밀렵에 나선다.
산지의 지형과 동물의 습성까지 감안해 덫과 올가미를 손수 제작해 설치할 정도로 '프로'들이다.
이들 '프로'는 중간수집상과 연계해 밀렵한 동물을 거래한다.
멧돼지는 600g 1근당 1만원을 홋가하며 150만∼250만원에 팔리고 있으며 오소리는 100만원, 고라니 30만원선에 밀거래되고 있다.
전문 밀렵꾼들은 겨울 한 철에 야생동물 수십마리를 잡아 수천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기 때문에 밀렵에서 쉽게 손떼지 못하고 있다.
경북 북부지역에선 시.군별로 2명 이상의 중간상인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학술연구를 위해 포획을 허가받거나 지자체의 유해조수 구제 허가를 받은 엽사들이 부실한 관리감독을 악용해 밀렵에 가담한다는 소문도 나돈다.
특히 수렵이 가능한 곳에서도 무차별 수렵을 통해 하루 포획 기준을 넘긴 동물들을 현지 주민들이나 식당, 전문꾼들에게 헐값에 넘기는 밀거래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밀렵 단속
사실 지자체나 경찰의 밀렵단속은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력과 예산부족 등으로 단속업무에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북부지역 시.군 지자체나 경찰의 단속 실적은 10여건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실적도 수렵 허가지역 이외 지역에서 총을 소지하거나 운반하다 붙잡힌 것이 대부분이다.
깊은 산속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서 밀렵이 벌어지기 때문에 주민들이나 민간단체의 제보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북부지회는 꾸준히 밀렵행위를 차단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체 회원 80여명이 매년 11월부터 4개월간 10개팀을 구성, 주.야간 단속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두 차례 불법 수렵도구 수거활동을 벌여 덫.올무.창애 등 엽구 500여점을 제거했으며 뱀그물망 제거도 세차례 실시했다.
하지만 단속장비와 예산 등을 자체 조달해야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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