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의장, 정동영씨

입력 2004-01-11 22:10:06

31.8% 지지얻어 신기남, 이부영 누르고 당선

사실상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51세의 개혁파 재선 정동영(鄭東泳) 의원을 의장으로 내세웠다.

자타가 공인하는 '포스트 노무현 시대'의 선두 주자격인 정 의원의 의장 선출은 지난 1963년 당시 36세였던 김종필(金鍾泌) 현 자민련 총재가 공화당 의장으로 선출된 이후 최연소 여당 대표라는 점에서 물갈이 열풍에 휘말려 있는 정치권에 강력한 '세대교체'의 촉매제 역할을 하게될지 주목된다.

MBC 앵커출신인 정 의장은 15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전신인 국민회의 공천으로 전주 덕진구에 출마, 전국 최다득표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정치인으로 변신한뒤 민주당 대변인과 최고위원을 역임하는 등 거칠것 없는 가도를 달려왔다. 이어 집권당의 대표에 오른 정 의장은 원내 4분의 1 의석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니 여당'의 당의장으로서 총선 승리의 '대업'을 책임지게 됐다. 그가 압도적 표차로 당의장에 선출된 것은 김원기(金元基) 김근태(金槿泰) 의원등 유력 중진들의 불출마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그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대의원들의 표쏠림 영향이 컸던게 사실이지만, 그의 잠재력이 간단치 않음을 다시한번 입증했다는 것이 당내의 대체적인 평가다.

우리당내에서 그만큼 전국적 지명도와 조지력을 확보한 인물이 없다는 반증이라는 얘기다. 지난 200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국민경선에 참여해 거센 '노풍'앞에서 다른 후보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갈때 끝까지 경선을 완주하며 '아름다운 패배'를 기록한 것은 그의 빼놓을수 없는 자산이자 지금의 '정동영'을 있게한 밑바탕이 됐다.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시절 마지막 서울 명동유세에서 그와 추미애(秋美愛) 민주당 상임중앙위원을 차세대 주자로 꼽은 것이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분노를 촉발해 선거전날 '지지철회'까지 이르게 했던 사실은 잘 알려진 일화다.

특히 노 대통령 당선이후 정 의원은 대통령 당선자 특사 자격으로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 참석하는 등 차세대 주자로의 위상을 대내외에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이번 당 의장 선출이 그의 정치역정에서 최대의 고비가 될 것이라는 역설적 관측도 만만치 않다. 한번도 검증되지 않았던 그의 지도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는 것이다.

당장 당내에서는 '개혁 일변도'로 갈경우 당이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고, 민주당은 '분열의 책임자가 당의장이 됐다'면서 호남 선거전에서 맹폭을 가할 기세다.

보수적 민주당 출신 중진의원에서 운동권 출신 개혁세력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열린우리당을 조화롭게 포용해 나가고, 15-17% 선에서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는 당의 지지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도 그의 몫이다.

그는 집념이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대학시절 자신의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던 숙명여대 음대에 다니던 부인 민혜경씨를 대학 기숙사까지 찾아가 동료 여대생의 놀림에도 아랑곳않고 개나리 꽃다발을 내밀며 구애작전을 펴 결혼에 골인한 것이 단적인 예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자전적 에세이 제목인 '개나리 아저씨'다.

개나리 아저씨 정동영 의원이 숱한 난관을 뚫고 열린우리당을 명실상부한 집권여당으로 올려놓을지 여부는 여권내의 문제뿐 아니라 그의 향후 정치행보에도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북 순창(51) ▲서울대 국사학과 ▲MBC 정치부.사회부 기자 ▲국민회의, 민주당 대변인 ▲민주당 최고위원 ▲16대 대선 국민참여운동본부장 ▲15,16대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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