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주 심각하게 들은 우스개가 내내 머릿속을 떠돕니다.
"아시아쪽 사정을 잘 아는 외국인들이 신기하게 여기는 사실이 있습니다.
그건 중국이 왜 자본주의를 하지 않는지, 한국이 왜 사회주의를 하지 않는지 하는 겁니다".
아마도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이 이익 추구에 있어서는 자본주의 못지않은 데 비해 자본주의 국가인 한국은 곳곳에서 사회주의적인 정책과 관행을 발견할 수 있는 현실을 조롱한 얘기겠죠. 특히 교육 문제에 비춰보면 농담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사실입니다.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게 고교 평준화입니다.
평준화를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과열 고교 입시를 막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는 대학 입시로 전이되면서 가히 폭발적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예비고사-본고사 체제가 학력고사-수능시험으로 바뀌면서 사교육 시장은 급격히 팽창했습니다.
사실상 한 번의 시험으로 대학 진학이 좌우되다 보니 학부모들로서는 사교육 투자를 아낄 수가 없게 됐습니다.
물론 고교 평준화가 오늘의 일그러진 교육 현실을 초래했다는 논리는 극단적인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이 새해 벽두부터 외국 교육 현장의 단편들을 입맛에 맞게 골라 보여주는 통에 평준화 문제가 어느새 교육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연말 부임한 안병영 교육 부총리는 "엘리트 교육 강화를 위해 자립형 사립고를 확대 도입하고 특목고.특성화고.영재고.국제고 등을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평준화 문제는 이런 식으로는 본질적인 해결이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평준화 이후 교실 수업이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수렁은 학생의 수준에 맞는 개인별 지도가 안 된다는 점입니다.
같은 교실의 학생들 사이에 실력차가 크다 보니 교사들의 지도는 겉돌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 교사들이 학원 강사들보다 평균적으로 나은 실력에서 출발했음에도 학생들의 인기를 끌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올해로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 전면 도입되는 7차 교육과정은 사실 이 문제 해결에 많은 공을 들인 것입니다.
선택형 교과, 수준별 수업으로 대표되는 7차 교육과정만 충실히 수행된다면 평준화로 인해 생기는 불만의 상당 부분은 해소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교육과의 경쟁력도 어느 정도는 확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선은 개인별 지도가 가능하도록 학급당 학생 수를 더욱 줄여야 합니다.
교사도 대폭 확충해 학생들의 교과 선택권을 최대한 넓혀야 합니다.
학교 시설도 더 늘려 선택과 수준에 맞는 수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는 비단 평준화의 문제점만을 해결하는 조치가 아니라 공교육 전체의 경쟁력을 되살리는 근본적인 치유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추진된 교육여건개선계획에 따라 전국 초.중.고의 학급당 인원을 40명에서 35명으로 겨우 다섯명 줄이는데 수조원의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정부는 이를 아까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작년 한 해 사교육비로 지출된 돈이 13조원이라고 합니다.
정부가 돈 쓰기를 두려워하는 사이 학부모의 지갑은 더욱 얇아집니다
평준화 개선책이랍시고 새로운 정책 내놓기에 골몰하고 입시제도만 주무르고 있는 사이 보통 학부모의 억장은 무너지고 또 무너집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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