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이강철 사단' 입성의 열쇠

입력 2004-01-08 13:48:39

열린우리당이 대구.경북에 단 한석이라도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TK정서'가 욕할 수도 있겠다.

과거 호남이 입으론 DJ를 흉보면서도 막상 선거판이 되면 DJ 싹쓸이 판이 되듯이 아직도 이곳의 밑바닥 정서는 한나라당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떼기 대선자금을 욕하고, "이번엔 한나라당도 싹 바꿔야 한다"고 거품을 물면서도 정작 4월 멍석(선거판)이 깔리면 결과는 또 한나라당 일색이 되리란 예상은 그리 빗나간 점괘가 아닌 것이다.

혈혈단신 고군분투하는, 무관(無冠)의 친노실세 이강철씨가 노심초사하고 있는 사연도 그놈의 못말리는 '정서'에 있을 터이다.

그 '우리당' 대구.경북지부 사람들의 총선목표는 무엇이고, 장애물은 무엇일까. 우선의 문제는 이 지역의 대체 또는 보완세력으로서 열린우리당이 역할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 역시 아직은 노(NO)다.

이유는 두가지다.

이 두가지가 충족되면 '이강철 사단'은 대체세력의 깃발을 꽂을 수 있다.

그 첫번째는 바로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성공이다.

두번째는 열린우리당에 대한 '기피심리'의 해소여부다.

이것은 곧 대구.경북에서의 유능한 정치신인들의 영입문제와 직결된다.

불행히도 노 대통령과 이강철씨는 지금 이 두가지 다 실패하고 있다.

'우리당'쪽에 호감을 가졌던 몇몇 신인들마저 입당을 주춤거리고 있는게 현실이니까.

말을 바꿔보자. 지금 이지역에서 한나라당은 무엇인가. 매력있는 정당인가? 아니다.

오히려 물갈이 대상이요, 개혁의 대상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지역유권자들에게 '꿩대신 닭'이다.

꿔다 놓은 빗자루도 한나라당 간판이면 당선되는, 반노(反盧)의 심리에 여전히 고무되고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출마를 선언한 오세훈은 대구정가(政街)에선 오히려 '바보' 소리를 듣는다.

이곳 한나라당에서 정치신인들의 공간이 더없이 좁은 이유도 그래서이다.

그러나 한번 따져보자. 지금의 '현역'들은 애초에 신인이 아니던가? 백승홍 의원? 언제부터 한나라당 했는데? 그도 금배지 달기전엔 JP와 KT(이기택) 쪽을 왔다갔다 했다.

안택수.박종근 의원? 한번은 '자민련 바람'에 당선되고 한번은 한나라당 태풍타고 여의도에 갔다.

당을 옮겨서 성공한 케이스다.

따지고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현승일 의원? 강신성일 의원? 그들 역시 '16대'에 난데없이 날라들어와, 순간적 판단착오로 자민련 배 잘못탄 이정무씨와 민국당의 서훈씨를 꺾고 신인왕에 올랐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일순간에 뽑아 낸 매몰찬 민심에 망연자실, "다시는 정치 안하겠다"고 이정무씨를 탈대구(脫大邱)시킨 것도 '한나라당 바람'이었다.

박승국 의원도 마찬가지다.

만년 야당에 선거전략 잘못짜서 줄곧 2등만 했지, 바람이 아니었다면 그 역시 아직도 도전자일 터이다.

따지고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강재섭 의원? 4선의 그 또한 민자.신한국.한나라당이라는 '실크로드'에서 온실속의 화초로 자랐다.

상처가 없는 것은 순전히 그의 관운(官運)이요, 처신의 덕분이다.

그러나 그의 스타일은 '대장 같지않은 대장'의 한계에서 헤메고 있다.

대구 11명중에 윤영탁.박승국.박근혜 의원을 뺀 나머지 일곱명이 모두 강의원의 경북고 선배로, 술자리.밥자리에선 전부가 '형님' '동생'하는 동창회 분위기다.

강의원으로서도 결코 바람직한 풍경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이게 다 한나라당이란 간판 덕분이요, 동시에 부작용이다

대구.경북에서 한나라당이 이렇게 실인심(失人心)한 이 판국에 열린우리당이 교두보 하나 마련 못한다면 참으로 못난 정당이다.

사실 대구사람들은 늦었긴 하나 "대구가 왜 계속 안티(Anti)여야 하는가"냉정히 그 득실계산을 해볼 필요가 있다.

선거판에선 당연히 누구를, 어떤 정당을 '지지한다'고 외치는 것이 정상인데 왜 대구는 11년째 반YS, 반DJ에다 반노(反盧)로만 가야하는지 이성적으로 판단해볼 때가 온 것이다.

이시대 최고의 화두(話頭)-'경제'를 위해서도 감성적 '네거티브'전략은 옳지 않다.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지만 특정정당.정파의 독식(獨食)은 그 폐해가 크다.

유권자가 그렇게 만들어서도 안된다.

특히나 대구.경북에서의 한나라당 독식시대는 끝내야 한다.

열린우리당이든 어디든 간에 교두보를 만들어주는 것이 지역의 발전, 정치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옳다고 본다.

그러나 여기서 다시 문제는 제기된다.

대구.경북에서의 열린우리당의 심각한 장애물은 무엇인가? 노대통령의 '성적표'다.

이강철씨가 아무리 날고 긴들 향후 100일동안에 참여정부가 실정(失政)을 만회하고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하면 꿈은 이루기 어렵다.

괜히 장관으로서도 실패한 이장관 저장관들 앞세워봐야 점수따기는커녕 개인적 상처만 깊어질 수 있음이다.

힘겹게 하나 건져올린 이재용 전 남구청장과 함께 이강철씨가 이 절호의 기회를 잡으려면 청와대에 올라가서 이렇게 호소하라. "제발 깜짝깜짝 놀라게 하지말고 성적 좀 올립시다"라고. '이강철 사단'의 대구입성은 '노무현의 성공'이외엔 묘책이 없다.

강건태(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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