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인간에 대한 존중

입력 2004-01-07 08:56:19

목욕탕에서 우는 아이들의 경우 대개는 덥고 습기 찬 목욕탕 공기가 낯설어서이다.

낯설다는 것은 아이들을 불안하게 하고 울음으로 표현된다.

며칠 전 새해 첫날의 느긋함을 즐기고 있던 내 귀에 예의 그 울음이 들렸다.

젊은 엄마는 아이의 몸을 씻기려는 목적을 실행하는 중이었고 아이는 불안과 공포의 울음으로 거부하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듣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돌이 채 안되어 보이는 아이의 마음은 이미 상처를 받았는데 상황은 여전히 아니 더 심하게 아이를 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신학을 하면서부터 사람을 대함이 진지해졌다.

막연한 애정이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것으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성서는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받는 상처는 어른이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절실하다.

사회의 상대적 약자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표현되지 못하고 인정되지 못할 때 이들의 상처는 무시되어 버리고 자신도 모른 채 그 부정적인 그림자를 인생의 여러 방면에 표출하며 살게 된다.

쉽게 개인의 성격이라고 치부되어 버리는 그 상처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을 모두 힘들게 하고 불행을 주기 마련이다.

이러한 것들은 사람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미리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이다.

상대적 약자에게 귀를 기울이고 그래서 그의 느낌과 생각을 존중해줄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대하는 아이는 행복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고, 상대적 약자는 자존적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 정말 필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존중이다.

90년대 중반쯤인 어느 날 신문 아랫단 광고란에 크게 실린 글자 때문에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이 있다.

공지영씨가 새로 낸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책제목이었다.

군부독재를 경험한 세대였던 내게 인간에 대한 예의 따위는 사치스런 개념이었다.

우리가 언제 존중받았던 적이 있었던가. 그런 자조(自嘲)의 시대에 작가가 박은 제목은 그 자체로 내게 시대의 변화와 인간에 대한 애정을 한꺼번에 느끼게 한 이름이었던 것이다.

일상에서의 인간에 대한 존중은 우리 각인의 몫이다.

다른 사람의 느낌과 생각에 마음을 기울여 보는 다짐으로 새해를 시작하면 어떨까. 정금교(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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