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U대회 이후 대구연극판에도 다시 관객들이 몰리기 시작했어요. 우리 모임이 생긴 목적이기도 하고…. 10년 만에 드디어 결실을 맛볼 수 있게 돼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지난 1992년 '대구 연극의 주춧돌로서 지역에 연극 붐을 일으키고, 대구 연극계의 화합과 발전의 디딤돌이 되자'는 거창한(?) 구호 아래 6명의 20대 연극인들로 창설된 젊은 연극인들의 모임 '디딤'.
#"연극판 화합"기치 10년 전 결성
창립 멤버 손성호(37)씨는 "당시엔 극단끼리의 텃세가 심하던 시절이어서 덩달아 연극인들도 소속 극단에 따라 왕래가 뜸했었다"며 "그런 좋지않은 관습을 깨뜨리자는 의미에서 젊은 연극인들끼리 힘을 뭉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당시 곱잖게 바라보는 일부 선배들의 따가운 시선은 견디기 어려운 장애물이었다"고 했다.
"젊은 배우들이 파벌을 만드는 것이 아니냐며 성토하는 선배들이 많았어요. 결국 너도나도 영토싸움(?)하듯 많은 모임들이 탄생하게 됐지요".
이후 10년이라는 세월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몇몇 모임들은 하나둘씩 정리됐지만 '디딤'만은 살아남아 그 순수한 의도를 인정받았다.
또 당시엔 혈기왕성한 20대 중반이었던 그들도 지금은 대부분 30대 중.후반을 훌쩍 넘겼고, 회원수도 15명으로 늘었다.
이제 젊은 연극인 모임이라는 이름을 바꿔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조영석(37) 회장은 "10년 전엔 외모가 젊었고 지금은 마음이 젊다고 우기고 있다"고 했다.
#후배 별로없어…대 끊길가 걱정
"10년이 흘렀지만 후배들이 별로 없어요. 계속 젊은 연극인으로 불리는 것도 좋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대가 끊어지고 있는 대구연극계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오히려 손씨는 연극판에 젊은 피가 수혈되지 않고 있다며 걱정을 털어놨다.
"연극은 곧 배고픔이라는 인식이 문제입니다.
쉽게 돈벌어 인생을 즐기려는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연극판은 기피대상이지요".
옆에 있던 최정운(33)씨는 그것이 '디딤'의 존재 이유라고 했다.
"연극인들이 먼저 변해야 합니다.
꾸준한 자기 계발과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선결 과제입니다.
그래야만 관객들에게 인정을 받게 될 것이고, 극단도 활성화되고 배우도 함께 살 수 있게 되겠죠".
디딤 회원들은 요즘 더욱 열심이다.
회원끼리 연극 스터디에 열중하고 복지관 등에서 무료공연과 일반인을 상대로 연극을 가르쳤다
또 산행 및 체육대회를 통해 연극인 교류에도 힘을 썼다.
그러던 중 1997년 '굿닥터', 98년 '혼돈시대', 2000년 '배신' 등 자체 기획공연을 통해 모임은 완숙함을 더하게 됐단다.
내달 9일에는 네 번째로 '왕은 죽어가다'(이오네스코 작/최정운 연출)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손씨는 "회원들 대부분이 서로 다른 극단에 소속돼 있다보니 연습할 시간이 충분치 않아 힘들다"고 했다.
"소속 극단 공연 준비하랴, 우리 공연 연습하랴…. 겹치기 출연하지 않는 회원들이 드문 형편입니다.
한 캐릭터에 몰입하기가 어렵다 보니,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당연하고. 한 우물만 파면 생활이 안되고". 이는 요즘 대구 연극계가 빠진 고민을 잘 대변하고 있다.
#'대구=연극특별시'만들어야죠
"언제부터인지 겹치기 출연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있어요. 아니 너무 익숙해졌다고 해야 되나요. 예전엔 선배들이 하루 두탕은 절대 안 된다고 나무랐는데 지금은 거기 연습 끝나는 대로 바로 이쪽으로 오라고 합니다". 최씨는 연극인들의 자성이 가장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디딤도 예전 스무살 열정이 들끓던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젊은 연극인들의 진지하고 건전한 생각을 바탕으로 대구 연극계를 멋진 연극판으로 새롭게 꾸며보겠습니다". 대구 연극계의 '30대 기수'로 나서고 있는 '디딤' 회원들의 맹활약은 2004년 새해에도 계속된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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