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가타 히로시(71)씨는 고령자생활협동조합 가와사키지부 송영서비스부에서 고령자들의 이동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들의 요청이 들어오면 즉시 출동해 자신의 차로 이들을 병원이나 복지시설 등지로 태워다 준다.
이 일을 시작한지도 벌써 5년째. 무선통신회사에 부장으로 재직하다 정년 퇴직한 뒤 가와사키 구청에서 자원봉사 관련 수업을 받던 중 이곳을 알게 돼 이송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그는 "지역 주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고 일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며 "만약 이 일을 하지 않았으면 아마 벌써 치매에 걸렸을 것"이라고 했다.
후쿠다 히사코(69.여)씨도 5년째 고령자와 장애인을 이송하는 일을 하고 있다. 자신도 5년 전 보육원 보모로 일하다 사고로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고 다녀야 하는 장애인이지만 기꺼이 이송서비스에 나섰다. 그는 "나도 장애인이기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그들의 기분을 더 잘 맞춰 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들이 속해 있는 가와사키 고령자협동조합은 지난 1994년 설립돼 2000년에 법인 인정을 받았다. 이곳의 사업 부서는 송영서비스부, 생활환경부, 의류재생부, 홈헬퍼서비스부 등 4개. 송영서비스부에서 일하는 조합원은 20명으로 모두 61~77세의 고령자들이다.
한달 평균 이송실적도 편도 기준 330건. 월 이용자는 평균 70~80명으로 이중 고정고객만도 50명에 이른다. 그러나 고령자협동조합은 원칙적으로 조합원끼리만 서비스를 주고 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 30%만이 조합원인 현실적인 한계를 안고 있기도 하다.
이곳의 사무담당자 사사키씨는 "가와사키는 지형이 좁고 긴데다 외져 택시를 전화로 호출해야 하고 또 왕복요금을 지불하기 때문에 이곳에선 이송서비스가 최고 인기"라며 "거리에 따라 서비스비가 다르지만 택시비의 50~70% 정도 수준이고 이중 76%는 운전자 사례비로 지급되며 나머지는 조합의 운영비로 쓰인다"고 말했다.
이외 생활환경부는 정원관리 및 묘지청소, 의류재생부는 기모노 등 전통복장을 평상복으로 고치거나 기존 손뜨개 의류를 재활용하는 일을 하고 홈헬퍼서비스부는 주민의 집을 직접 방문해 간병과 집안청소 등을 돕는다.
▨현황 및 운영
이러한 고령자협동조합은 일본 47개 도(都).도(道).부(府).현(縣) 중 33개 지역에 설립돼 있는데 각 조합의 지역복지사업소까지 합하면 200곳에 이른다. 각지의 조합들은 모두 고령자협동조합연합회에 소속돼 있지만 적용 법이 없어 이중 26곳은 홈헬퍼 서비스 등 사업 확대를 위해 생활협동조합으로 법인 등록했다.
고령자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 2001년 11월 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 내에서 설립됐고 2003년 현재 연간 사업실적이 200억엔을 넘어섰다. 한 계좌(5천엔) 이상 출자하면 누구나 조합원이 될 수 있다.
현재 조합원수는 3만명 정도. 주요 사업으론 빌딩관리, 복지, 공원 녹화, 물류, 재활용사업 등 다양하지만 최근 각광받고 있는 간병 등 홈헬퍼 양성 및 파견 사업이 소득창출의 주종목으로 부상했다. 또 식품 공급 및 가공, 도시락 배달.배식 사업 등 식농관련사업과 아이들에게 전통놀이, 문화 등을 가르치는 육아사업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2001년 말 현재 간병 관련 사업 실적만 31억엔. 고령자협동조합은 삶의 질 향상과 노후 보장을 위해 고령자들 스스로 설립한 단체로 지난 1995년 미에현에서 최초의 고령자협동조합이 탄생했다.
처음엔 고령자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함께 어울리기 위한 친목단체로 출발했지만 자원봉사 및 소득 사업 등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단체로 성격이 점차 바뀌면서 조합으로 발전하게 됐다.
조합비로 운영되는 사업의 소득은 회원들에게 배당금 형식으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지만 아직 소득창출이 적어 배당금 체계를 가지고 있는 곳은 드물다.
고령자협동조합은 조합원으로 가입된 고령자들이 필요할 때마다 서로 협동해 도와주는 것을 원칙으로 운영되고 있다. 조합원의 연령제한은 없지만 주로 65세 이상 고령자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간병 등 홈헬퍼 사업을 시작하면서 최근 40, 50대 여성들의 가입이 늘고 있는 추세다. 원칙적으로 조합원만이 일을 하거나 이용할 수 있지만 일본 후생성이 홈헬퍼 사업에 대해선 비조합원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과제
고령자협동조합은 고령자들이 조합원으로 가입, 정부 지원없이 스스로 출자금을 내 일자리를 창출, 소득을 얻고 봉사하는 단체다. 그러나 생활협동조합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조합원 사이에서만 서비스를 주고 받을 수 있어 조합 및 사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자협동조합법을 제정, 비조합원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후생성과 논의하고 있다. 이와함께 사업 확대 및 시민의 행정경영 참여를 위해 공공부문 사업을 민간으로 위탁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
노동자협동조합 후루무라(39) 사무국장은 "노동조합(worker's coop)법을 제정해 고령자 및 실업자들이 일본사회의 새로운 주역으로 나설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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