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메일', 빚더미 농민들 유혹

입력 2004-01-05 14:16:04

사채업자들이 잇단 태풍과 수해로 빚더미에 오른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금전대출 e메일을 무차별적으로 살포해 신용불량 상태인 농업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경북도내 각 시군의 정보화마을의 농업인들은 지난해 11월부터 그동안 거의 볼 수 없었던 금전대출 관련 e메일이 폭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양읍 서부리 정동식(鄭東湜.46)씨는 "요즘 '초 스피드 대출 한방으로 해결' '전화상담 후 10분이면 대출고민 끝' 등 금전대출 e메일이 폭주해 날마다 이를 삭제하느라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100가구에 인터넷망을 구축한 영양군 수비면 산촌정보화마을의 경우 최근 2개월 사이 집집마다 금전대출 스팸메일에 시달리고 있다.

이 중에는 카드연체 및 신용불량은 '배 째라'식으로 해결하고 합법적으로 카드연체를 피하는 방법을 알리는 메일도 많다.

사채업자들의 스팸메일 발송 폭증은 국내 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 한도액을 대폭 축소하면서 이를 틈타 대거 인터넷 대출에 나섰기 때문이다.

최용칠(崔龍七.42) 산촌정보화마을 총무부위원장은 "농협 빚 때문에 신용불량 상태인 농업인들이 자칫 사채의 유혹에 빠지면 정말 회생불능이 된다"며 "자체적으로 이같은 스팸메일을 차단하는 보안장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민 권성태(權成泰.54)씨는 "2년연속 수해를 입어 자녀들의 학자금과 결혼비용 등으로 돈에 쪼들릴 때면 엄청나게 비싼 이자를 물더라도 이같은 사채도 빌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12개 마을 328가구에 인터넷망이 구축된 청송군 부동면 주왕산정보화마을의 경우도 최근 사채업자들의 금전대출 스팸메일에 시달리고 있다.

주민 권중희(42.청송읍)씨는 "날마다 인터넷으로 농산물 주문사항을 확인하는데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농산물 주문신청은 하루 2~5건에 불과하고 금전대출 e메일만 가득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채업자가 보낸 스팸메일을 보고 급전을 빌렸다가 갚지 못해 야반도주하는 경우도 나왔다.

학원 강사인 권모(27.여.청송군 부남면)씨의 남자친구는 사채업자로부터 1천만원을 빌렸다가 1년 만에 원금과 이자가 6천700만원으로 불어나자 빚 독촉을 못이겨 서울로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영양.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청송.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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