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희망경제 CEO에게 듣는다-(주)성안 박용관 회장

입력 2004-01-03 11:33:35

경제가 추락하면 삶의 질 향상도 기대하기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도 2004년 국정 최우선 목표를 '경제 회생'으로 잡았듯이 우리 국민 모두는 한국 경제가, 대구 경북경제가 회생되지 않으면 세계 시민으로서의 자부심도, 앞날에 대한 희망도 가질 수 없다는 위기상황을 너무 절실하게 경험했다.

절대 강자가 없는 21세기 무한경쟁시대에 발전하지 않으면 뒤쳐지고 마는 경제전쟁터에서 우리가 몸담고 사는 2004년 대구.경북지역 경제는 상승곡선을 되찾을까, 여전히 추락세를 면치 못할까.

경제 회생을 위한 지역민의 단합을 기원하며 매일신문은 섬유, 안경, 자동차부품, IT 등 신.구 제조업은 물론 유통, 건설, 금융에 이르기까지 경제 전망을 지역 CEO를 통해 들어본다.

최악의 내수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 해 지역 경제를 지탱해 온 가장 큰 힘은 바로 '수출'이었다.

3년째 대구 수출 1위를 고수하며 지난 한 해에만 전세계 100여개 국가에 1억400만달러의 원단을 수출한 (주)성안 박용관(76) 회장은 2004년 지역 제조업계의 화두 또한 여전히 '수출'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지역 수출 경기는 뚜렷한 회복세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지역 제조업계를 위협하는 대내외적 불확실성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개별기업들은 이같은 경기 변동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끊임없는 체질 개선에 주력해야 합니다".

정기적으로 해외를 돌며 아직까지도 직접 시장 분위기를 챙기는 박 회장은 세계 시장 곳곳에서 점차 나아지는 실물경기가 피부 깊숙이 느껴진다고 했다.

미국 경기회복세가 유럽, 일본 등으로 번져가고 있고 중국,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경제도 꾸준한 성장세가 예상된다는 것.

박 회장은 "특히 대구 섬유의 주 수출시장인 두바이 권역 경우 이라크 정세 안정으로 수출 상향 곡선이 기대된다"며 "지역 제조업 전반이 중동시장 공략에 전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수출 호조를 위협하는 각종 장애물도 적잖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지역 수출을 주도하는 섬유업체들의 경우 제 1 시장인 미국에서 열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를 기점으로 2005년 미 쿼터제가 완전 폐지되면 지역 섬유업체들은 중국의 저가 공세를 당해내기가 힘들다는 것.

환율도 큰 변수. 섬유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천150원대만 돼도 채산성 유지가 가능하겠지만 1천100원대 이하로 하락하면 악전고투가 불가피하고, 다른 제조업 또한 상황은 비슷하다는 것. 또 북핵문제 등 대북관계가 악화되면 섬유를 비롯한 지역 제조업 전반에 치명적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박용관 회장은 이같은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 방법으로 '집중과 선택에 의한 산업 구조 개선'을 강조했다.

섬유 기업의 경우 최근 3년간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당장의 살길을 찾아 저가 제품으로 바이어의 눈만 속이려는 섬유 기업들이 난립해 고부가가치에 나선 지역 섬유기업들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

성안은 사상 최고의 수출고(2억5천만달러)를 올렸던 1998년부터 뼈를 깍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섬유 이외의 모든 사업을 정리한 후 몸집을 절반으로 줄이고 품질 고급화에 나섰다.

그 결과 수출액은 감소했지만 순이익은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자체 브랜드 스타텍스는 중국, 중동 등지에서 유사 상표가 봇물을 이뤄 골치를 앓을 정도로 세계 최고 품질의 글로벌 원단브랜드로 정착했다.

박 회장은 "장기적으로 지역 제조업계가 살 길은 중.저가 제품은 중국에 넘겨주고 고부가 제품 생산으로 산업구조를 탈바꿈시키는 길 뿐"이라며 "경기에 좌우되지 않고 100년, 200년을 이어갈 회사를 키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업계가 한 마음이 돼 고부가가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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