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당무감사 결과 유출에 대한 비주류측의 집단 반발에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정면 대응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개혁공천을 둘러싼 주류.비주류측의 대결은 극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당이 쪼개지는 사태로까지 확대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전국 16개 시.도지부장 가운데 13개 시.도지부 위원장들은 2일 '구당(求黨) 모임'을 갖고 △공천신청 및 심사 연기 △공천심사위 재구성 △비상대책위 해체 △명예가 실추된 의원.지구당 위원장에 대한 가시적 명예회복 조치 등을 요구하면서 최 대표를 압박했다. 당무감사 유출로 특정세력의 물갈이 음모가 드러난 만큼 공천작업을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주류측의 대표격인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측도 최 대표에 대한 전면 공격에 나서고 있다. 서 전 대표측은 "지도부가 행하겠다는 것은 분란을 자초하는 것이며 사당화(私黨化)를 위한 공천신청에는 응하지 않겠다"면서 "공천일정을 중단하지 않으면 당 대표 직무정치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서 전 대표측은 이와 함께 다음주중 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를 개최,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공천심사 거부를 하거나 상황을 보아가며 조기 전당대회 소집을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최 대표는 꿈쩍도 않고 있다. 구당모임 대표격인 박원홍 의원과의 면담에서 비주류측의 요구사항을 전면 거부했다. 최 대표는 "운영위 의결을 거친 공천심사위를 무효화하라는 것은 당헌.당규를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공천일정 강행 재확인했고, 연석회의 개최 요구에 대해서도 "연석회의를 열 때가 아니며 운영위 등을 통해서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많이 있다"며 거부의사를 분명히했다.
김문수 공천심사위원장도 "공천을 원하는 사람은 줄을 서있다. 공천심사에 참가하지 싫으면 안 하면 된다"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한나라당은 예정대로 3일 오전 공천심사위를 개최, 공천작업에 돌입했다.
최 대표가 이처럼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개혁공천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한나라당의 아성인 영남지역에서 현역의원 물갈이에 대한 지지도가 60%를 상회하는 등 전반적인 형세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개혁공천에 반기를 들고 있는 비주류측이 당을 쪼개고 나갈 만한 힘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무감사에서 하위 등급을 받은 의원들 가운데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공천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돌았던 만큼 당을 쪼개고 나간다해도 세력을 형성할 수 없을 것이란게 최 대표의 생각이다.
따라서 비주류측이 지금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해도 막상 공천작업이 예정대로 이뤄지면 전열이 흩어질 수 박에 없고 이같은 상황을 이용해 각개격파할 수 있다는 것이 최 대표의 판단인 듯하다. 최대표의 정면대결 선언에는 이같은 자신감이 깔려있다.
설사 이같은 구상이 실패한다해도 최 대표는 지금까지 어느 야당도 이뤄내지 못했던 대규모 개혁공천을 시도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나름대로 정치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는 판단도 했을 것이라는게 한나라당 당직자들의 전언이다. 최 대표의 이러한 구상이 맞아떨어질지 여부는 비주류측의 반격이 행동으로 옮겨질 다음주 중반쯤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사진 : 3일 한나라당사에서 당원들이 17대 국회의원선거 후보 추천 신청서를 접수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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