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포항을 잇는 고속도로가 올 연말 개통된다.
총길이 68.4km의 이 고속도로가 뚫리면 대구와 포항을 오가는 시간은 종전 1시간20분에서 40분으로 절반 가량 줄어든다.
하지만 대구~포항 고속도로는 단순히 두 지역의 시간적 거리가 좁혀지는 것보다 훨씬 큰 의미를 갖는다.
대구와 구미는 포항을 외항으로 두고 수출입에 나설 수 있다.
또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동서축 고속도로와 경북권을 연결하는 고리가 완성되는 효과를 갖는다.
21세기 대구.경북 발전의 핵심축이 될 이 고속도로의 역할과 지역별 발전방향, 영일만 신항 등 도로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결과제 등을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북대구IC에서 동대구IC쪽으로 5km 가량 달리면 공사가 한창인 현장이 나온다.
대구~포항 고속도로의 시점이 되는 도동IC. 이곳에서 멀리 팔공산 갓바위가 보이는 남쪽 끝자락을 휘감아 영천으로 넘어간 뒤 청통과 임고를 지나면 포항 기계면에 이른다.
모두 9개 공구로 나뉜 이 고속도로의 공정률은 현재 85%선. 전체 노선 중 약 절반은 4차로이며, 화남IC에서 기계분기점(JCT) 구간은 6차로(노선도 참조)다.
올해 기계분기점과 영일신항만을 잇는 23.9km 구간에 대한 실시설계도 이뤄진다.
또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화남IC와 다른 동서축 고속도로를 잇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아울러 경부와 대구~포항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북안~임고간 고속도로 건설 계획도 세워져 있다.
이처럼 대구~포항 고속도로는 단순히 두 지역만을 연결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도로공사 대구-포항건설사업소 조문성 소장은 "궁극적으로 대구~포항 고속도로는 대구를 중심으로 그물망처럼 짜여진 도로의 동서 핵심축 역할을 담당한다"며 "대구와 포항을 연결하지만 그와 동시에 동맥경화에 걸린 대구권 도로망의 물류 부담을 덜어주는 기능을 하게 된다"고 했다.
지난 97년 첫삽을 뜬 대구~포항 고속도로는 약 6년8개월 만인 올 연말 완공된다.
68.42km 구간 중 터널은 8곳(9.24km), 큰 교량은 36곳(11.31km), 작은 교량은 47곳(1.65km)이나 된다.
전체 노선 중 32%가 구조물로 이뤄진 셈. 교각 높이가 40m에 이르는 불로대교, 총연장 950m의 석촌대교 등도 난공사 구간으로 꼽힌다.
특히 포항 인근에 위치한 다산터널(1,050m)은 으뜸가는 난공사 구간이다.
암질이 단단한 일반 터널의 경우 한꺼번에 일정구간을 파낼 수 있는 발파공법을 쓴다.
하지만 다산터널은 지질이 무른 이암층인데다 지하수가 많아 도저히 발파공법을 쓸 수 없었다.
결국 두더지가 땅을 파내듯이 유압브레이커를 사용해 부분적으로 긁어내면서 터널을 뚫는 방법을 택했다.
이 때문에 당초 일년으로 예상했던 공기가 2년6개월로 늘어났다.
5공구 현장에서 만난 김윤진(52) 구조물 총반장은 "20년 넘게 전국의 도로와 교량 공사장을 다녀봤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난공사 구간이었다"며 "공사기간이 늦춰지더라도 안전한 다리 만들기에 최선을 다한 만큼 고속도로 이용객들은 안심하고 이용해도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한편 올 연말 개통을 앞두고 지역민들의 기대도 크다.
만성체증과 대형사고에 시달리는 경주~포항간 7번 국도의 소통이 원활해져 포항~경주~부산으로 연결되는 남부권 물류흐름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철강제품 전문운송사인 삼안운수 강진수(56) 대표는 "물류수송 기능을 사실상 상실한 경부고속도로의 대체도로가 등장함으로써 포항지역 업체들의 중부권행 물류에 숨통을 틔울 것"이라고 말했다.
동해안 주민들은 여름철 피서 경기가 한층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구미의 경우 국도로 영덕까지 가려면 4시간이나 걸리지만 이 고속도로가 뚫리면 2시간도 채 안 걸릴 전망이다.
포항시 김순태 경제통상과장은 "경주와 포항의 보경사, 해맞이광장, 구룡포로 이어지는 관광벨트 형성이 가능해져 대구와 구미 등 내륙지역 주민들의 방문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선린대 최수경(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관광 및 비즈니스 수요가 늘면 포항에 특급호텔 설립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섣부른 판단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영일만 신항을 비롯한 제반 여건이 먼저 구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미경실련 조근래 사무국장은 "구미공단은 부산이 아닌 포항이란 외항을 확보할 수 있지만 문제는 영일만 신항의 조기 완공"이라고 강조했다.
구미상의 곽공순 부장은 "영일만 신항이 완공돼도 국제항구로서의 제역할을 못하고 선사들이 이용하지 않는다면 구미의 외항은 여전히 부산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고속도로가 통과하는 영천 시민들은 기대반 우려반의 반응을 보였다.
영천시 조녹현 산학협력담당은 "중앙고속도로 개통 이후 안동의 상권이 대구 등 대도시로 빼앗긴 것처럼 영천의 상권도 대도시로 흡수될까 염려된다"며 "차량들이 그냥 스쳐지나가면 고립된 도시가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반면 대도시(대구)와 수출입항(포항), 원료공급지(포항, 울산 등)와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 때문에 기업체들이 대거 입주하리란 기대감도 높다.
영천시 정동선 관광기획담당은 "주5일제 시행, 고속도로 개통 등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체험학습장, 주말농장, 골프장, 테마관광지를 개발할 계획"이라며 "대구까지 시간거리가 20~30분 빨라지기 때문에 베드타운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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