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신춘문예 당선작 동시-류경일씨 당선소감

입력 2004-01-02 10:10:45

*아른들 가슴 속에 동심 심고파

나이 한 살은 벽돌 한 장과도 같아서 세월이 흐를수록 맑고 순수한 동심의 세계와 담을 쌓은 채 살아가게 된다.

올해 나이 사십이니 나도 이미 사십 장의 벽돌로 견고한 벽을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해가 바뀌어 또 한 장의 벽돌을 올려야 하지만 전에 없이 홀가분하다.

도리어 벽돌 한 장을 들어낸 것처럼 마음이 가볍다.

이 느낌은 내가 좀더 동심의 세계에 가까이 다가선 연유라고 애써 자위해본다.

쌓인 벽돌을 해마다 한 장씩 없앤다면 언젠가는 벽을 완전히 허무는 날이 오리라.

며칠 전 언뜻 아이들이 없는 세상을 떠올렸었다.

움이 트지 않는 숲처럼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을 세상을 말이다.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렸다.

'세상의 반은 아이가, 세상의 반은 어른이 차지한다'고. 소수의 아이들이 세상의 반을 차지할 수 있는 건 다수의 어른들 속에 동심을 심어놓고 있기 때문이며, 그리하여 세상이 여전히 아름다운 것이라고.

당선 소식을 들은 후 나는 맨 먼저 우리 집 두 꼬마동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어느 날 창 밖의 밤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엄마, 달이 멍들었어요. 아픈가봐요"하던 다섯 살 배기 현석이. 엎드려 팔굽혀펴기 운동을 하는 내 등에 올라앉아 "아빠, 산도 우리 따라 올라갔다 내려왔다 운동을 해요"하던 큰 딸 혜연이. 이들이 내가 나이를 거꾸로 먹을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다.

처음엔 떫지만 뒷맛은 달짝지근할 것이라고 귀띔해주던 고향의 땡감나무와 늦은 밤까지 동무가 되어준 달과 별, 그리고 소음이 심한 냉장고와 북치는 소리를 내며 글쓰기에 장단을 맞추던 세탁기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아직 덜 여물었는데도 내일을 믿고 힘을 실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마음 깊이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 약력

△1964년 경남 산청 출생 △경남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1년 계간 '우리문학'에 시 '겨울 남자강'외 4편을 발표하면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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