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해특집-홍상복 포항산업과학연구원장

입력 2004-01-02 10:48:18

"대규모 과학기술연구원이 지방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비전'과 '미션'을 명확히 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고급두뇌들을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안정적인 재원의 확보도 반드시 갖추어야 할 조건입니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홍상복 원장(60.사진)은 "대경과기원(DKIST)이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와 유사한 종합연구소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이런 연구기관을 하필 지방에 또 만들 필요가 있었는가라는 실효성의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전체의 R&D(연구개발) 인력과 예산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미흡한 점을 고려할 때 '효율성' '효과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DKIST 고유의 특화기술 분야를 찾아내는 한편, 이미 활동하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의 R&D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DKIST 입지의 '접근성'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게 된다.

"대구경북의 대학들은 많은 우수한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석.박사 인력의 부족과 학생 수준의 저하로 연구기회 자체를 박탈당함으로써 인재를 썩히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들이 산업화와 관련된 프로젝트별로 함께 연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지역산업 혁신의 씨앗을 뿌릴 수 있을 것입니다".

홍 원장은 또 DKIST의 안정적인 예산확보와 성공을 위해서 정부차원의 지원 뿐만 아니라 삼성, LG, 포스코, 현대 등 대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고서는 거대 기술기반이 탄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DKIST가 세계적 연구기관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없는 셈입니다.

그런데 자체 R&D 기반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DKIST에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DKIST와 대기업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묘안(?)'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중 하나입니다".

홍 원장은 이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도 고급인력을 지방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우수한 교육, 의료, 문화 등의 기반이 필요하다며 "포항공대와 RIST의 성공을 위해 포스코는 전국 최고 수준의 교육환경과 공원같은 주거환경, 국립극장을 모델로 한 '효자아트홀' 등에 집중 투자했다"고 소개했다.

◇홍상복 RIST 원장은=서울대 금속공학과 졸, 미 와톤스쿨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포항제철소장(10대) 및 부사장, 세계철강협회 기술위원, 동남아시아철강협회 부회장 역임.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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