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KIST) 설립추진 위원회 및 기획단이 올해 1, 2월 중 출범함으로써 동남권 R&DB(연구개발 및 사업화) 네트워크의 허브(hub:중심) 역할을 할 대규모 연구기관 설립 활동이 본격화 된다.
지난해 11월 DKIST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확정되면서 지역 주민의 주된 관심은 '입지'와 '연구분야'에 집중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DKIST 입법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DKIST는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나 KAIST(한국과학기술원) 등 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 향상을 목적으로 한 기존 연구기관과는 달리 과학기술 기반의 지식경제 시대를 맞아 우리지역의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개념의 연구기관이다.
DKIST는 자생적 지방화를 위한 대구경북 지역혁신시스템(RIS:Regional Innovation System)의 '출발점'이자 '완성'인 셈이다.
DKIST 설립의 기본철학은 '산업현장' 중심과 '네트워크' 2가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연구인력이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이마저도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을 고려할 때, 대구경북 50여 개 대학을 포함한 기존의 R&D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것은 DKIST 성공의 핵심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각 대학의 지역협력연구센터(RRC), 기술혁신센터(TIC), 국가지정연구소(NRL)를 비롯, 이미 활동중인 수 십개의 지역혁신기관들 모두 DKIST와 네트워크를 맺고, 연구개발 활동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DKIST 연구원과 지역대학 교수의 겸직 아이디어도 그래서 나왔다.
그렇다고 '나눠먹기식' 시스템은 결코 아니다.
DKIST가 산업 연구기관인 만큼 기업들로부터 인정받고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분야는 발전(evolution)하고, 산업현장으로부터 외면받는 분야는 추가적 연구비를 얻지 못해 차츰 스러지는(Sunset)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종현(경북대 교수) DKIST 연구모임 위원장은 "성공에는 '인센티브'가, 실패에는 '책임'이 따르는 공정한 평가시스템의 확보가 DKIST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며 "공정한 평가를 보장하기 위해 평가위원의 상당수를 세계적 권위와 실력을 지닌 외국인을 위촉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단위의 또는 혁신기관과의 네트워크를 통한 연구개발이 직접적인 산업 경쟁력 향상 효과를 기대하는 '단기적인' 연구분야라고 한다면, 신성장동력랩(Lab.)은 5~10년 후 지역을 먹여살릴 핵심기술을 연구하는 DKIST의 중심이다.
신성장동력랩의 성공여부는 바로 대구경북의 미래와 직결된 동시에 DKIST가 세계적 실용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지를 판가름하게 된다.
그만큼 산업적 파급효과가 크면서 우리가 성공시킬 수 있는 분야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지난해 제시된 SoC(시스템 온 칩)는 단지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이처럼 전혀 다른 패러다임으로 시작한 DKIST는 새로운 사고와 행동을 요구한다.
비록 DKIST가 동남권의 R&DB 허브를 지향하고 있지만, 설립 초기단계에서 안정적 기반을 다지기까지 실제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는 경제권과 생활권, 주민의식이 같은 대구와 경북뿐이다.
대구와 경북이 상생(相生)과 협력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혁신적 초광역 산업클러스터를 구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DKIST는 대구경북의 R&DB 네트워크의 허브이자 동남권 연구개발 중심기관으로서 우뚝 설 수 있는 것이다.
"진정한 협력의 출발은 상호인정에서 시작됩니다.
산업생산기반 측면에서 경북의 우위를, 교육 문화 생활편의시설 등 정주환경 측면에서 대구의 우위를 서로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지방과 수도권이라는 국내경쟁과 세계시장 확보라는 국제경쟁에서 이겨야 합니다.
이 싸움에서 대구와 경북은 경쟁자가 아니라 동반자입니다".
이재훈 영남대 교수는 "가까이 있으면서도 진정으로 마음을 열지 못한 대구와 경북이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데 DKIST의 성공적 설립과 운영은 대단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사실 대구경북의 기간산업은 크게 대구-구미간 IT(정보기술) 클러스터와 울산-포항-경주-경산-대구-창원으로 이어지는 기계금속(자동차부품 포함) 클러스터 2축으로 구분된다.
또 IT(정보기술)의 핵심 R&D 역량은 경북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교수진 100여 명)에 있고, 기계금속 분야는 영남대 기계공학부 및 재료금속학부(교수진 60여 명)에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전폭적 지원 아래 경북대와 영남대가 각각 중심이 되어 IT 및 기계금속 클러스터 육성 계획을 추진하고, 국내 최고의 연구중심대학인 포항공대와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이 이들을 뒷받침한다면 초광역 산업클러스터의 탄탄한 기반은 이미 완성된 셈이다.
김규원(경북대 교수)대구사회연구소장은 "기업활동과 주민생활을 무시한 행정구역에 얽매인 관(官) 중심의 계획들이 제한된 지역사회의 자원 배분마저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있다"며 "DKIST와 초광역 산업클러스터를 성공시키는데 지식인, 시민단체, 언론 등 민간부문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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