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 참사의 역경을 헤쳐나와 새출발하는 것처럼 대구.경북도 2004년은 그간의 시련과 갈등을 모두 딛고 다시 비상하는 한해가 될 겁니다".
대구지하철 중앙로역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 31일. 전동차를 타고내리는 시민들의 바람은 이처럼 한결 같았다.
이날 중앙로역은 새로운 희망으로 넘쳤다.
새해에 대한 설레임, 지하철이 완전히 정상화된 것처럼 대구.경북도 그간의 질곡을 벗어나 새로운 도약이 있을 것이란 기대가 가득했다.
"전동차가 이곳에 다시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지하철참사 당시 비번이었던 역무원 이천근(33)씨는 "저 어두운 터널 속에 참사의 아픔과 대구.경북에 드리워졌던 그늘을 모두 훌훌 던져버리고, 우리 모두 새롭게 시작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승객들의 표정에도 새로운 기대감이 넘쳤다.
박민경(21.여.대학생)씨는 "중앙로역이 10개월만에 다시 문을 열게 돼 무척 반갑다"면서 "터널을 지나 역사로 힘있게 달려오는 전동차를 보니 대구.경북의 새해 새희망이 다시 한번 가슴에 와닿는다"고 했다.
이날 오전 9시까지 지하철 중앙로역을 이용한 승객은 모두 2천여명.
사고가 나기 이전인 지난 2002년 12월31일보다 오히려 승객수가 20% 이상 증가했다.
그만큼 중앙로역에 활기가 더해진 셈이다.
중앙로역 주변 상가들도 희망에 차 있기는 마찬가지.
역사와 맞닿은 지하상가인 대현프리몰에서 구두점을 운영하는 장진하(33)씨는 "많은 상인들이 앞으로는 장사가 잘 되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에 넘쳐 있다"며 "문닫긴 중앙로역을 볼때마다 답답했는데 역사를 다시 찾는 시민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니 새해는 대구.경북에 좋은 일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로역의 활기는 도심 전체로 퍼져나가는 듯했다.
역사 인근에서 도시락전문점을 하는 지영애(41)씨도 "지하철이 다시 돌아온 것처럼 새해에는 대구.경북도 그간의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예전의 활기가 넘쳐나기를 기원한다"며 새해소망을 밝혔다.
이날 지하철 공사 관계자들의 기대는 남달랐다.
전동차가 중앙로역에 들어설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던 지하철공사 직원들은 "2003년에는 중앙로역이 대구.경북의 아픔이었지만 새해에는 지하철이 시민들의 희망만을 안고 달리기를 기원한다"며 "지하철이 새로 시작하는 것처럼 대구.경북도 새로운 도약의 한해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앙로역을 떠난 지하철은 힘찬 굉음을 내며 다음 정착지인 반월당역과 대구역을 향해 빠르게 달려 나갔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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