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별기고-남북관계와 동북아

입력 2003-12-31 11:49:58

2004년 북한은 태풍의 눈이며, 동북아 안보 불안의 불씨로 작용할 것이다.

북한의 행동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국가는 일본이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본자위대를 탄생하게 한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듯이, 최근 북핵 사태는 일뼈막?하여금 그들이 미사일 방어체제(MD)를 구축하고, 독자적인 정보능력 확보 및 투사능력을 키우는 직접적인 명분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제 일본은 '스스로 방어하기 위해' 정상적인 군대를 가져야 한다는 모멘텀을 얻어낸 것이다.

중국은 그들의 경제 성장에 최우선 주력을 기울이기 위해 북한이 어떠한 형태이든 도발 행위를 하는 것을 막는 데는 적극 나설 것이다.

그 예로 6자회담 주선에서 주도적인 노력은 계속 경주해 나갈 것이다.

러시아 역시 6자회담이라는 울타리를 이용하여, 북핵 문제를 한반도에 있어서의 그들의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는 연결고리로 적극 활용해 나가려고 할 것이다.

지난 연말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생포는 분명 미국의 '이라크 해방' 전쟁의 가장 큰 장애를 없앤 것이다.

그러나 2004년은 미국에게 더욱 큰 도전이 될 것이다.

후세인 생포와 관계 없는 다른 테러 세력들에 의해 이라크는 수니 삼각지대 만이 아니라, 이라크 전역이 테러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국가로 변해갈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이라크 국내에서는 미국 및 연합군의 하루 빠른 재건활동을 지원하는 세력과 후세인 체포를 계기로 반미 감정의 기치를 더 높여가는 세력과의 대립으로 새로운 형태의 내전 가능성조차도 배제할 수 없다.

대량살상무기 확산은 테러와 함께 미국이 가장 단호히 대처해 나가겠다는 또 다른 초국가적 위협이다.

리비아의 카다피는 이러한 미국의 단호함을 읽은 듯하다.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겠다고 국제 사회에 공언한 것이다.

사담 후세인의 체포와 카다피의 대량살상무기 포기 선언을 지켜본 김정일은 어떤 생각으로 2004년을 맞을 것인가? 2003년 남북관계는 중간 점수를 주기에도 미흡하다.

남북교류는 비교적 활성화되었지만 정치 군사적 영역에서는 2002년 10월 북한 핵 개발 선언 이후의 답보 상태이다.

북핵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후세인의 체포와, 미국의 비확산 정책의 예봉이 다음에는 북한으로 날아올 것이라는 섬뜩함에 김정일은 놀랐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에게는 그 충격이 오래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김정일 위원장이 카다피와 같은 전격적인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북한 핵 문제에 있어서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경제와 정치, 군사 영역에서 남북한간의 기형적인 관계 발전은 2004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개성공단 건설을 비롯해서 경제협력은 진전이 예상된다.

핵문제에도 불구하고 북한식의 '민족 공조'가 잘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북한은 아주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다.

식량 등의 외부지원이 절실한 북한으로서는 경제적인 실리를 챙기기 위해서도 이러한 경제 협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대북 압력이 강해지면, 한미공조의 균열을 노리기 위한 책략으로 2004년 김정일은 남한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설 것이다.

6자 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의 '깔끔한' 해결 전망 역시 그리 기대할 만한 것은 못된다.

2차 6자회담이 결국 2003년에는 무산되고 말았다.

이라크 사태에 집중해야 하는 미국으로서는 더 이상 자질구레하고 구차스러운 각주를 붙이는 김정일의 제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김정일은 이라크 사태의 추이를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9일 미국에게 핵포기의 선언만으로 대북안전보장을 해주고 핵동결에 대해서는 '테러 지원국 명단'해제, 정치, 경제 군사적 제재와 봉쇄 철회, 미국과 주변국에 의한 에너지 지원과 같은 상당한 대가를 달라고 했다.

북한은 미국이 2004년 11월까지는 이라크 사태와 대선 정국에 몰두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 핵 개발에 당장 어떤 제재를 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완전한 핵 폐기대신 '핵동결' 수준의 협상 수위를 조절해 가면서 시간을 끌고 대가를 챙겨 보겠다는 전략으로 나아갈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와 같은 추가적인 강공을 취하지 않는다면, 미국 또한 북핵문제를 급하게 다룰 생각은 없기 때문에 2004년 한해는 6자 회담을 한두 차례 더 시도해 보고, 그래도 진전이 없다면, 북핵문제는 UN안보리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동북아 안보 환경의 급변속에서 그 어느해보다 더 혼란스러운 돌출 행동과 유화 정책이라는 북한의 양면 작전으로 말미암아 2004년은 힘겨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이 카다피와 같은 행보를 택하지 않는 한.

송영선(宋永仙.51) 경북경산生 경북여고 경북대 영어과 미 하와이대 국제정치학 박사

저서:동북아 평화체제 구상과전망(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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