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아성' 영남票心 움직일 듯

입력 2003-12-31 08:53:56

총선의 해가 막이 올랐다.

올 총선은 각 정치세력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는 중간평가의 의미와 함께 새로운 정치세력으로서의 착근(着根) 여부가 달려있다.

반면 대선에서 연속 패배한 한나라당은 원내1당이라는 위상의 유지와 차기 대선에서의 승리를 위한 발판 마련 여부가, 하루아침에 여당에서 야당으로 바뀐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틈을 비집고 정국주도세력으로서 거듭날 수 있느냐가 결정된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치된 전망이다.

정치권의 세대교체와 개헌, 정치개혁 및 고착화한 지역구도는 과연 바뀔 수 있을는지, 올 한해 동안 예상되는 정치기상도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올 총선은 각 당간의 사활을 건 일대 격전이 될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싸움을 걸 만한 뚜렷한 이슈가 없어 선거전의 양상은 상대방 흠집내기식 '네거티브' 전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민주대 반민주'와 같은, 피아(彼我)를 확실하게 구분지어주는 화두가 사라졌고 '지역구도 타파', '정치부패의 척결' 등 저마다 내세우는 개혁과제도 뚜렷한 차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올 총선이 결국은 인물싸움으로 전개될 것임을 예고한다.

과거 선거에서 인물싸움은 '누가 부패했고 반민주적인가'가 중심이 됐다면 이번 총선에서는 '누가 신선한 인물인가'가 핵심이 될 것이란데 각 당은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노 대통령이 당선된 데는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갈망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각 당은 이런 추세에 적응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양로원 이미지를 떨어내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는 한나라당은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선결요건을 세대교체로 정하고 현역의원 중 지역구는 최소한 30% 이상, 특히 영남지역은 50% 정도를 물갈이 하고 비례대표는 전원 교체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한나라당이 영남지역에 대해 강도 높은 물갈이를 하려는 것은 당무감사나 여론조사 결과로 볼 때 공천에서 큰 변화가 없이는 과거와 같은 표심의 응집력을 기대할 수 없을 뿐 더러 영남당이라는 이미지의 고착으로 인해 수도권에서도 수성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나라당 때문에 덕을 보긴 했지만 의원들의 노쇠 현상에서 한나라당과 별반 다르지 않은 민주당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대폭적인 세대교체에 성공할 경우 수도권 궤멸이라는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신진인사 영입작업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 결과 박준영(朴晙瑩) 전 청와대 공보수석과 조순용(趙淳容) 전 정무수석 등 대어를 끌어들이는데 성공했고, 윤락과의 전쟁으로 유명한 김강자(金康子) 경찰청 청소년과장의 영입도 눈앞에 두고 있다.

새로운 정치세력임을 자임해온 열린우리당도 영입경쟁에 뛰어들었다.

열린우리당은 현재 구상하고 있는 정치판도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수도권과 부산.경남지역에서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때문에 이들 지역을 공략하기 위한 인물 영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혁규(金爀珪) 전 경남지사를 끌어들이는데 성공해 영입작업의 첫 단추는 일단 잘 뀄다.

열린우리당은 이를 바탕으로 현직 각료와 부산.경남지역 단체장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세대교체 작업은 격렬한 당내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물갈이 대상인 중진들이 "인위적인 물갈이는 최병렬(崔秉烈) 대표의 당 장악력 확보를 위한 불순한 의도"라면서 수용불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들은 최 대표가 정치신인에 길을 터주는 방향으로 현행 상향식 공천제도를 개편하려는 것에 대해 "공천의 기준은 본선 경쟁력"이라며 조직적 저항을 시도하고 있다.

현실화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최 대표가 물갈이 공천을 강행할 경우 당이 깨질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세대교체 작업이 어떤 모양으로 귀결될지 관심거리다.

민주당도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물갈이 자체에 대한 반발이라기보다는 영입인사가 누구 사람이냐는 것을 둘러싼 계파간 주도권 다툼이어서 물갈이 자체는 큰 어려움없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최대의 관심사는 당차원의 물갈이가 성공한다해도 이것이 선거에 그대로 반영될 것인가 여부다.

특히 관심을 끄는 지역은 한나라당의 아성인 영남지역 표심의 향방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영남지역의 세대교체 욕구는 대단히 높다.

지난해 7월 매일신문 여론조사에서 현역 국회의원에게 다시 표를 주지 않겠다는 응답이 62.5%를 차지, 다시 주겠다(22.6%)는 응답보다 39.9%포인트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고, 11월 한나라당 경북도지부의 여론조사에서도 무려 63.3%가 지역의원의 세대교체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 현역의원 60% 이상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가 선거에 그대로 투영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여론조사 결과는 단지 현역의원이 싫다는 것이지 정치신인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는 주장에서부터 '어떤 선거에서도 세대교체를 바라지 않는다는 여론이 형성된 적이 없는 만큼 이는 우리 정계 전반에 대한 자성 촉구'라는 해석까지 다양한 반론들이 제기되고 있다.

참신함이 당선의 보증수표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실제로 영남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를 구상하고 있는 한나라당 지도부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참신성과 함께 본선 경쟁력을 겸비한 신인들을 찾는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구.경북에서 무소속이 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현실적 문제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반론에도 불구, 정치권의 대체적인 견해는 물갈이가 필요하고 선거 결과도 그런 방향으로 나타날 것이란 쪽으로 기울고 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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