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데이-두아들과 태권도 조은정씨

입력 2003-12-30 15:00:00

"자, 차렷. 앞차기".

"얍∼".

지난 26일 밤 9시 경산시 옥산동 옥산체육관. 하얀 태권도복을 입은 20여명의 남자들 틈에 끼여 발차기 연습을 하는 한 여성이 눈에 띄었다.

조은정(34)씨. 두 아들과 함께 태권도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 가정주부다.

"살을 빼려고 운동을 시작했어요. 헬스는 4일만에 그만 뒀지만 태권도는 아주 재미있어요.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기분도 좋고 저한테 딱 맞는 운동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 여러 운동을 시도해 봤지만 태권도는 그녀가 가장 오래 하고 있는 운동이다.

시작한지 3개월째. 허리에 매고 있는 노란띠가 아주 자랑스럽단다.

"이왕 시작한 김에 전국대회에 나가 상까지 타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그녀는 저녁시간이 바쁘다.

가족의 저녁식사를 챙겨주고 설거지를 끝낸 뒤 오후 8시 30분까지 체육관으로 간다.

스트레칭, 기본 동작 연습, 체력 훈련, 낙법, 겨루기, 호신술…. 밤 10시에 운동을 마치고 집에 와 씻고 잠자리에 들면 몸과 마음이 개운하다.

"처음엔 너무 힘들었어요. 온 몸에 멍이 시퍼렇게 들고 몸살이 났지만 하루도 안 빠지고 죽기 살기로 했지요".

그녀의 실력이 쑥쑥 늘고 있는 건 두 아들의 개인 지도(?)가 큰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2품과 1품을 각각 딴 명환(12·장산초교 5년), 재환(10.〃 3년)이는 집에서도 연습을 하면서 엄마에게 한 수 가르쳐 주는 걸 좋아한다.

"엄마가 태권도에 조금 소질이 있는 것 같아요".

의젓하게 말하는 형과 달리 동생 재환이는 "엄마가 태권도를 잘 하려면 먼저 살부터 빼야 된다"며 아픈(?) 곳을 찌른다.

내성적이었던 명환이는 처음에 울면서 태권도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성격이 많이 활발해졌다고 한다.

재환이는 오로지 태권도 생각밖에 안 한다.

커서 멋진 태권도 사범이 되는 것이 꿈이다.

조씨는 겨루기를 할 때 가장 신난다고 한다.

4단 등 실력 차이가 많이 나는 선배들과 겁없이 겨룰 때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맞는 것보다는 때리는 게 더 많다며 웃음짓는다.

'누나'에게 깍듯이 대하도록 미리 교육을 잘 시켜놨기 때문이란다.

따라하기 제일 어려운 것이 낙법. 지난번에 연습 도중 넘어졌을 땐 정신이 아찔한 게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두 아들과 함께 힘차게 앞차기를 하는 조씨. 예상했던 것보다는 제법 발이 잘 올라갔다.

기합 소리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김일환 옥산체육관장은 "태권도를 배우러 왔다가 중간에 포기하는 대다수 주부들과 달리 조씨는 끈기있게 잘 배우고 있어 가능성이 있다"며 "전국대회에 나가 보면 서울, 경기 등지에서는 주부 태권도 열풍이 대단하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명환, 재환아. 이건 어떻게 하지?" 하며 묻기를 주저하지 않는 엄마. 아직은 어설픈 부분이 많지만 태권도를 배우며 아이들과 마음을 함께 하는 조씨의 모습은 참으로 건강해 보였다.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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