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의사 선생님은 음악 마니아♪

입력 2003-12-30 09:04:25

대구시 동구 신천동에서 내과의원을 운영하는 김일봉(48) 원장은 연주회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음악 마니아이다.

연주회만 800여차례 다녀온 그의 병원 벽에는 좋아하는 음악인들의 사진과 팜플렛이 빼곡히 붙어 있다.

음악인 치고 타인의 비평을 달가워 하지 않은이 없겠지만 김 원장이 내린 평가라면 쓴소리로 달갑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만 같다.

그 만큼 음악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도 드물기 때문이다.

김&송 성형외과를 공동 운영하는 김덕영(51) 전문의도 골수 음악애호가로 소문나 있다.

대구시향 서포터스를 이달초 만들어 총무를 맡을 정도로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는 그는 교향곡을 작곡할 정도로 음악적 소양이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섰다.

김&송 성형외과 공동 운영자인 송중원.김영환 전문의도 음악 마니아로 이들 셋은 1년에 4차례씩 유명 연주인을 초청해 병원에서 '살롱콘서트'를 열어오고 있다.

비뇨기과 의사이지만 매일신문 객원전문기자로도 많이 알려진 의사 서석주(51)씨는 음악평론가로 공인받고 있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2000년말에는 '20세기를 빛낸 연주가-명곡.음반 1213'이라는 책도 냈다.

서양음악 1천213곡과 20세기를 빛낸 연주가 500명을 소개한 이 책은 기존의 글이나 문헌의 참고 없이 그가 직접 비교 감상한 뒤 쓴 글들로 구성돼 있다.

계명대 의대 동산병원 신장내과 김현철(55) 전문의도 음악 애호에는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다.

'르네상스 음악의 즐거움'이라는 책을 내고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르네상스 음악을 강의하는 그는 음악잡지와 인터넷에서 중세 및 르레상스 음악을 소개하는 비평가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이달초 '대구악우회'를 발족시켰다.

대구악우회에는 김일봉 서석주 이재준(내과) 정영철(정형외과)씨 등 대구에서 활동중인 의사들이 회원들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 말고도 음악에 심취하거나 오디오에 깊이 매료된 의사들이 많다.

의사들이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직업적 특성과 경제적 여유가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김일봉 원장은 "아픔으로 슬픔에 빠진 환자를 직접 상대하는 직업이다 보니 음악으로 위안을 받고 있다"며 "자녀를 음악인으로 키우는 의사도 많다"고 말했다.

김현철 전문의는 "음악과 과학은 상이하면서도 서로 동경하는 분야로서 자연과학을 하는 의사가 예술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말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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