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화국탈피' 역사적 첫발 내딛다-지방살리기 3대법 오늘통과

입력 2003-12-29 11:50:17

지방분권국민운동(의장 김형기 경북대 교수)이 '지방살리기 3대 특별법'으로 규정한 지방분권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신행정수도건설지원특별조치법이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입법화될 예정이다.

50년 넘게 계속돼 온 중앙집권 국가가 지방분권 국가로 국정 운영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일대 사건이다.

서울로 서울로 향하는 발걸음을 묶어 서울도 살기 좋아지고 텅텅 비어가는 지역에 사람을 모아 활력이 넘치게 하는 새 국가 건설의 시작이다.

지방은 늘 중앙(서울)의 변방으로 무시받아 왔으나 이젠 지역이 중심이 되는 사고방식의 전환도 예상된다.

지방살리기 3대 특별법은 대개 선언적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 정책이 제시돼도 방향의 대강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거꾸로 얘기하면 정부가 실행하지 않으면 무의미한 법이다.

그러나 정부는 동북아중심국가건설과 함께 지방분권을 주요 국정과제로 채택해 추진하고 있는 만큼 사문화에 그칠 것으로 우려할 필요는 없는 듯하다.

각 법의 내용 하나하나는 가히 혁명적이다.

물론 인재 지역할당제, 지방소비세 및 지방소득세 신설 등 지방이 요구해온 분권의 내용을 담지 못한 미흡함도 있다.

지방분권특별법은 정부 권한의 지방자치단체 이양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대구시, 경북도 등 광역지자체보다 주민생활과 밀접한 시.군.구 기초지자체에 권한을 주로 넘긴다.

지방의회 설치로 풀뿌리 민주주의가 시작됐으나 실질적 권한과 기능이 없어 껍데기 지방자치란 비판을 받아왔던 것도 개선된다.

지자체의 권한이 강해지면 이를 견제하는 의회의 권한도 강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주민투표제, 주민소환제, 주민소송제를 도입해 주민의 권리도 강화했다.

주민이 가까이서 행정을 직접 감시하는 직접 민주주의의 실현이다.

경찰자치제를 도입하고 교육도 일정부분 시도지사의 통제권 안에 두도록 했다.

천편일률적인 정책이 아니라 지역 현실에 맞는 경찰제도와 교육제도를 주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취지다.

병무청, 보훈청 등 특별행정기관의 통.폐합 등 정비도 불가피하다.

많은 업무가 시도로 넘어가 존치 필요성이 없어지는 기관도 생기게 된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의 핵심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지방대학 육성이다.

외환위기 이후 크게 위축된 지방금융을 육성하는 정책도 수립, 시행하도록 규정했다.

경제난을 겪고 있는 지역이 경제회생을 위해 주로 관심갖는 것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다.

이전 대상지로 수도권과 행정수도가 건설되는 충청권을 제외해 대구.경북의 몫도 적지 않다.

이전 대상인 한국전력의 경우 내년 예산만 서울시 예산의 2배인 24조원, 올 순이익이 3조원을 웃도는 알짜기업으로 이를 유치하는 지자체는 유무형의 이득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지방대학 육성에서 관심 거리는 채용장려제다.

청년실업이 심각하고 특히 지역대학 출신이 일자리를 얻기가 더 힘든데 이 제도가 시행되면 취직을 위해서는 지역대학이 더 유리하고 그래서 좋은 인재가 지역대학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

3대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입법화 했다고 지방발전이 당장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시행령 시행규칙의 제.개정이 필요하고 관련법 제.개정도 이뤄져야 한다.

또 정부는 법에 규정한 대로 정책을 입안해 시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도권의 엄청난 반발이 예상된다.

공공기관 이전의 경우 이전 대상기관 직원들의 조직적 반대 운동도 눈에 보듯 뻔하다.

이미 증권-선물시장 통합법인 본사를 부산에 설립키로 하자 여의도가 집회다, 1인 시위다 떠들썩하다.

서로 좋은 공공기관을 유치하려 지역간 다툼을 벌이는 것도 걱정되는 대목이다.

양보와 타협 정신을 발휘하지 못해 호남소외다, 영남차별이다 논란이 벌어지면 걷잡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여기에서 상설 법적기구가 될 지역혁신협의회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민관이 참여해 각 지역별로 혁신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물론 지역간 조정자 역할도 수행할 필요성이 있다.

김형기 의장은 "지방분권은 오늘이 시작이다"면서 "지방의 시대를 열기 위해 어떤 내용을 담아 나갈지 지방이 지혜를 모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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