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출판계 핫 이슈

입력 2003-12-27 15:49:49

최악의 불황, 빈익빈 부익부, 네티즌 문화 확산…

체감경기가 밑바닥을 헤맨 2003년. 경기에 가장 민감한 출판계에도 어김없이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경기침체와 맞물려 출판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2000년을 기준지수(100)로 잡은 통계청 발표 '도소매업 판매액 지수'가 지난 9월까지 93.2 포인트를 기록해 2001년 105.5, 2002년 115.4에 비해 크게 줄었다.

또한 장기불황 속에서 출판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가속화됐다.

대형 출판사의 시장 점유율 비중이 더욱 커진 반면 가족경영형태의 업체가 크게 늘어났다.

올해 2만여 개의 출판사가 신규등록해 2만1천여 개의 출판사가 존재하지만 발행권수는 별다른 증가세를 보이지 않은 것도 이같은 추세를 반영했다.

서점업계의 독과점 현상도 두드러져 교보.영풍문고 등의 대형매장이 신규 개점한 데 비해 영세서점의 도산 및 폐점으로 인한 다수 도매점의 몰락이 가속화됐다.

올해 출판계의 핫 이슈를 정리해본다.

▨반발을 산 도서정가제='출판 및 인쇄진흥법'에 따라 지난 2월부터 시행된 도서정가제에 대한 반발이 거셌다.

이 제도는 발행 1년 이내 신간도서의 정가판매 의무화, 1년 이상 구간도서의 할인율 자율책정, 마일리지와 경품혜택의 할인율 산정 제외 등을 골자로 하는 형태였다.

전국 중소형 서점들은 "마일리지와 경품을 허용하면 체감 할인율은 10%를 훨씬 넘는다"며 휴업하는 등 반발했다.

도서정가제가 출판시장 불황의 원인이라는 책임론도 대두됐다.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온라인 서점 매출이 15~20% 정도 감소하고 신간판매가 급격히 줄어드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재테크 서적 '돌풍'=올해 인기도서의 경우 '10억 만들기' '부자되기' '청년 창업' 등 재테크 관련 도서가 강세를 보였다.

IMF 당시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같이 내면의 만족과 명상을 소재로 한 책의 인기와는 사뭇 다른 경향이었다.

출판인들은 이같은 현상이 내수경기 악화, 신용불량, 실업문제 등 보다 비관적인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네티즌 문화 확산=인터넷 소설과 카툰 에세이의 인기로 대표되는 네티즌 문화의 심화도 올 출판계의 큰 특징이었다.

귀여니의 '그놈은 멋있었다'는 상반기 내내 베스트셀러에 올라 독서시장의 변화를 예고했고 '파페포포 메모리즈'는 11주 연속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포엠툰' '완두콩'등 카툰 에세이의 인기는 10~20대 인터넷 문화가 독서시장의 주요 현상으로 자리잡았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됐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선정=지난 9월에는 우리나라가 200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으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2005년 도서전에서 전용 국가 전시관을 배정받아 문화산업 전반을 홍보할 수 있게 됐다.

문화관광부는 이에 대비해 '한국대표 명저 100선'의 번역.출판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국내 출판사들은 9월과 10월에 각각 열린 베이징 도서전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참가해 해외진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해 두 도서전 기간중 국내 출판사들의 저작권 계약실적은 모두 262만8천700달러(약 31억원)로, 지난 해의 1.5배에 달하는 금액을 기록했다.

▨독서운동 다변화=국내 독서 운동의 다변화도 주목할 만한 성과였다.

4월에는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독서운동인 '북스타트' 프로그램이 시범적으로 시행됐고, 11월에는 '기적의 도서관' 제1호가 전남 순천에서 문을 열었다.

또 기획부터 유통까지 출판 관련 업체를 한데 모은 종합출판도시를 지향하는 파주출판단지 입주가 시작됐다.

연말까지 50여 개의 출판사가 입주하고 내년에는 150여 업체가 추가로 들어설 계획이다.

이밖에 홈쇼핑을 통한 도서상품 판매, 온라인 서점의 인터넷 방송 등 새로운 마케팅 전략의 등장도 올해 출판계의 주요한 변화였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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