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가르칠 생각에 마음 들떠"

입력 2003-12-27 11:08:13

'효목서당'운영 이재영옹

방학이 다가오면 종심(從心)의 나이를 훌쩍 넘긴 이재녕(李在寧.74.대구시 동구 효목2동)옹도 어린 학생들마냥 들뜬다.

이옹이 들뜨는 것은 '이번 방학에는 어떤 아이들을, 또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을 제자로 받을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에서다.

이옹은 지난 95년부터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이용해 효목2동사무소에서 '서당'을 열어왔다.

이름은 '효목서당'. 지금까지 700여명의 제자를 배출했다.

어린이가 대부분이지만 주부와 대학생도 꽤 된다.

"정년퇴직한 뒤 어린이들 인성교육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방학이 기다려집니다".

이옹이 훈장으로 있는 효목서당은 한자와 예절교육을 주로 한다.

이번 겨울방학엔 내달 2일부터 28일까지 열기로 했다.

토.일요일을 제외하고 오전10시부터 2시간 동안 열린다.

강의료는 받지 않는다.

고향인 안동에서 평생을 교단에서 보냈고 2.3대 대구시 동구의회 의원을 지내기도 한 이옹은 효(孝)가 모든 도덕의 근본으로 생각한다.

학생들로 하여금 '효도하겠습니다'를 복창하도록 한 후 수업을 시작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도덕성을 엄마로부터 배운다"는 이옹은 요즘 여성운동에 유감이 많다.

"여권신장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아이 잘 기르기 운동, 훌륭한 엄마 되기 운동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옹은 요즘도 손수 차를 몰아 동화사 인근에 있는 논밭에 나가 일을 한다.

남이 묵혀놓은 땅이긴 하지만 경작규모가 1천500평 정도 된다.

박을 갖가지 모양의 틀 속에 넣어 재배함으로써 다양한 형태의 박을 생산하는 박공예도 아직 손을 놓지 않고 있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가정과 이웃이 화목하게 지낸다'는 뜻을 지닌 동네 이름이 좋아 죽을 때까지 효목동을 떠나지 않을 것"이란 이옹은 '눈물과 사랑이 없으면 읽지를 마소'라는 제목으로 지난 2001년 낸 장애인 교육 관련 저서 수익금을 자신의 마지막 꿈인 '효목축제' 개최기금으로 적립중이다.

053)743-2753.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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