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가구 상권' 변신, 대구 甲乙네거리

입력 2003-12-27 11:12:04

갑을네거리 일대가 대구 최대 가구 상권 지역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미 2, 3년전부터 신흥 가구 상권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곳은 최근 '가구 백화점' 형태의 대형 건물까지 속속 들어서 공장지대라는 과거 이미지를 완전히 벗었다.

종전까지 대표적인 가구거리를 이루던 원대오거리, 계명대학교 대명동 캠퍼스, 평리동 등 구 상권에서 싼 임대료, 편리한 교통을 찾아 갑을네거리 부근으로 이전하는 가구 대리점들이 급속히 늘고 있는 것.

갑을네거리 일대는 구 갑을방직이 위치했던 서대구공단 핵심 지역. 그러나 IMF 이후 큰 공장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으면서 자연스레 상업지역으로 변모하면서 대형 가구 대리점들이 속속 개점, 신흥 가구 상권으로 특화됐다.

올 4월 갑을네거리 부근에서 오픈한 엔틱(고가구) 전문 백화점 '뉘앙스' 매장은 대구에서 가장 큰 단독 가구 매장 가운데 하나로 연면적만 400평이 넘는다. 김용태(45) 대표는 "과거 공장지대였고 주거인구가 많지 않은 외곽 지역이지만 대형 가구점 밀집지인데다 교통과 주차가 편리해 시내보다 오히려 손님이 더 많다"고 했다.

지난 99년 이 일대에서 가장 먼저 개점한 300평 규모의 Von & Queen's 갤러리 대구전시장은 국내 가구 브랜드는 물론 수입가구 엔틱까지 거의 모든 가구를 취급한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있는 가구는 본 갤러리사(社)의 거실장. 인기드라마를 통해 입소문이 난데다 40만원 수준으로 가격 부담도 크지 않아 불황도 타지 않고 있다.

갑을네거리에서 죽전네거리 방향으로 200m쯤 걸어가자 최근 들어선 최신식 대형 가구점들이 곳곳에 눈에 띄였다. 이 일대는 시내보다 임대료가 절반에 불과, 대규모 매장 활용이 쉽고 주차가 훨씬 편리해 신흥 가구가(街)로 발전하고 있다.

갑을네거리 부근에 밀집한 대형 가구 건물은 대략 20개. 모두 다 100평 이상의 대형 건물들로 매장으로만 따지면 50개를 훨씬 넘는다. 중저가는 물론 고가 수입 브랜드까지 없는게 없고 가정용에서 사무용 가구까지 갖추고 있다. 1, 2년새 10여곳의 가구건물이 들어섰고, 내년 1월에도 대형 가구점이 새로 가세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구 최대 가구 상권으로 떠오른 갑을네거리 일대도 몇몇 매장을 제외하곤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기는 매 한가지였다. 빠른 성장세에도 불구, 올 들어 꽁꽁 얼어붙은 내수경기로 판로가 막힌 것.

올해 문을 닫는 모 업체 경우 '원가판매', '70% 할인' 등의 대형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막바지 재고 정리에 한창이었고, '수입 물소가죽 소파, 체리오크 특별 세일, '개업 1주년맞이 초특가전', '2004 신제품 빅세일' 등 가구점마다 할인 '플래카드'를 내걸고 소비자를 부르고 있다.

개점에 큰 돈을 쏟아부은 모 가구점 대표는 "한달 매출이 최소 1억5천만원은 돼야 정상인데 요즘은 4, 5천만원 벌이도 힘든다"며 "이같은 경기는 가구 장사 20년만에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양성근 Von & Queen's 갤러리 대표는 "내년엔 아파트 입주도 거의 없어 가구 대리점들의 어려움이 더 크겠지만 대구시내 어디에도 이만한 경쟁력을 갖춘 곳은 없어 신흥 가구 상권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