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온라인을 타고

입력 2003-12-27 11:44:04

"사랑은 온라인 계좌를 타고 불우한 이웃에게 아무도 모르게 전달됩니다".

올해 4년째를 맞는 중구청의 '사랑의 한 가족 연결사업'이 연말연시 주위의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사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사업은 IMF후유증으로 생계곤란과 결손가정, 실직가구 등이 늘면서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 2000년 시작된 것. '사랑의 한가족'이란 책자를 통해 후원이 필요한 이웃들을 소개하고 온라인 계좌로 성금을 접수받는다.

올해는 매월 1천300여만원씩 총 1억5천여만원이 온라인으로 불우한 이웃들에게 전달됐다.

사업을 처음 시작한 2000년에는 후원자 358명에 수혜자 248가구, 연간 후원금 9천400만원이었는데 이후 매년 늘어나 지난해에는 후원자수 462명, 수혜자가정 283가구, 후원금은 1억6천만원이나 됐다.

그러나 올해는 극심한 불경기 탓인지 후원자 수(314명)와 후원금(1억5천만원)이 다소 줄었다.

책자 속에 담긴 훈훈한 얘기는 후원자를 알 수 없어 묻혀있는 경우가 대다수. 그러나 가끔 전해들을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는 추운 겨울을 녹일 정도다.

중구 봉산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6)씨는 2년동안 홀몸노인 2명과 소년소녀가장 2명에게 매월 10만원씩 40만원을 은행계좌로 보내왔다.

'사랑의 한가족' 책자를 읽고 이 가운데 네사람을 선정해 아무도 모르게 2년간 1천여만원을 지원해온 김씨는 "남들에게 알려지는 게 부담된다"며 "마음의 준비가 되면 얘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사랑의 한가족' 책자를 통해 적게는 1만원부터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르기까지 얼굴없는 시민들과 기관.단체가 사랑나눔을 이어가고 있다.

책자에 실린 후원 대상자는 홀몸노인 93명과 소년소녀가장 18명, 편모나 편부가정 35명, 장애인 가정 57명, 질병가정 76명, 실직가정 11명 등 290명이며 후원은 경제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빨래와 청소, 간병 등 자원봉사활동도 가능하다.

매월 온라인 계좌를 통해 후원금을 받고 있는 최배윤(가명.47.남산2동)씨는 "아내가 지난 99년 암으로 숨진뒤 공공근로를 하면서 어린 두자녀와 함께 월세 7만원의 단칸 옥탑방에 살지만 후원금 덕분으로 살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중구청 이해은 복지행정과장은 "올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이 줄고 있지만 내년에는 수혜자를 더욱 늘려 실질적이고 내실있는 온라인 결연을 통해 인정 넘치는 중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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