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2003 대구'(4)-수직상승 집값

입력 2003-12-26 11:22:26

2003년은 전무후무할 정도로 전국 대도시와 개발예정지의 아파트 분양가격과 거래가격, 분양권 프리미엄(웃돈)이 급등한 '주택가격 격동기'였다.

대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도권과 행정수도 이전 예정지인 충청권에 이어 투기세력이 가장 많이 몰려 9월 분양한 대구 수성구 범어동 '유림노르웨이숲' 아파트에는 청약 첫날 3만여명의 인파가 몰려들어 동대구로 일대가 마비될 정도로 과열양상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날 오전 8시부터 밤 11시까지 줄을 3km가량 늘어서 청약접수를 한 1순위자만 7천900명에 달했다.

결과 34평은 대구지역 아파트 분양사상 가장 높은 262 대 1의 청약률을 기록했고, 그 밖의 평형대도 평균 5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으며, 계약률이 100%를 달성했다.

또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경우 2002년말까지 약보합세를 나타냈으나 올 들면서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뛰기 시작했다.

대구 수성구 황금동 수성우방타운을 비롯 달서구 송현동 송현주공, 성당동 성당주공 아파트 등 재건축 대상의 저층 아파트의 가격이 2월부터 일제히 오르기 시작, 9월까지 아파트 단지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매월 1천만~2천만원씩 올랐다.

이와 함께 아파트 건축이 가능한 지역의 단독주택 대지가격도 종전 평당 200만~300만원에서 400만~600만원으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으며, 동대구로와 달구벌대로 주변의 상업지역 땅은 주상복합 분양, 신축 러시로 부르는 게 값이 됐다.

이는 대형건설업체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우고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대구 주택시장에 진입, 시행사를 내세워 달라는 대로 주고 땅을 사면서 대구지역 전체 땅값을 올리는 대신 분양수익 극대화를 위해 분양가격을 아파트 건설원가 기준이 아닌 수익성을 감안해 책정, 지난해 수성구 기준 평당 500만원에도 못미쳤던 아파트 분양가격을 650만~700만원대로 들어올렸다.

40평형대 이상의 넓은 평형의 경우는 평당 분양가격 800만~900만원은 기본이고 심지어는 1천만원을 넘긴 아파트도 등장했다.

결국 월급쟁이들이 평생 돈을 모아도 내집을 마련할 수 없을 정도로 분양가격(수성구 33평기준 2억3천만원)이 치솟았던 해로 기록되고 있다.

덩달아 분양권 프리미엄이 당첨 즉시 1천만~5천만원까지 붙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생겨났다.

무주택자들이 집을 마련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정도로 어려운 시대가 돼 버린 가운데서도 가진자나 못가진자 할 것 없이 청약통장을 들고 아파트 분양현장으로 몰려드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분양권 '단타'로 수천만원을 챙겨보자는 속셈으로 부부가 교대로 청약대열을 지키는가 하면 모 은행 지점장까지 업무를 팽개치고 청약접수를 위해 줄을 섰을 정도로 각계 각층이 일할 의욕을 상실한 채 '한탕주의'에 빠져들었던 해였다.

또 서울의 투기꾼들인 통장업자들이 분양권 전매가 전면 금지된 서울 등 수도권에서 종이조각이나 다름없던 청약통장(1순위)을 100만~500만원씩 주고 집중 매집해 두고 주소를 옮긴 뒤 대구지역 아파트에 청약하는 '점프 통장'까지 등장, 청약대열의 꼬리를 늘리고 분양권 프리미엄 가격을 조장하는 등 대구지역 주택분양시장 자체를 교란시키기까지 했다.

결과 10월에는 대구에서 주택분양시장의 노른자위나 다름없는 수성구가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전면 금지되는 주택 투기과열지구로 지정(2일)된 데 이어 기존 주택의 양도소득세를 실거래가격에 의해 부과하는 투기지역에 수성구와 중구, 서구가 포함(20일)됐고, 11월에는 대구지역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18일)됐다.

이렇듯 넉넉잡아 1년동안 주택시장은 분명 잔치 분위기였다.

많은 분양권을 팔아 차도 바꾸고, 옷도 사고, 주식에 투자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불과 두달 전의 분위기는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주택시장은 냉랭하기만 하다.

부르는 게 값이었던 수성구지역 단독주택지 가격도 2001년 수준으로 곤두박질했다.

불과 3개월 전만 하더라도 "평당 1천만원 주겠으니 팔아라"고 애원하면 "1천500만원을 달라"고 버텼던 상업용지도 이젠 매입하겠다는 사람이 없는 가 하면 그 전에 해둔 계약마저 취소하자는 형국이다.

또 수성구지역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마다 계약률이 10~30%선에 머물러 어느 시행사는 '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몇몇 건설사들도 공사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솔솔 들려오고 있다.

한해가 저물면서 '부동산 잔치'도 막을 내린 듯하다.

2003년 한해를 접으면서 주택업계에서는 그 뜨겁던 주택시장이 새해엔 다시 한번 달아오르길 희망하고 있지만 무주택 서민들은 침체된 주택시장의 돌파구를 마련키 위해 주택업체들이 수익규모를 줄이더라도 눈높이 분양가격을 책정, 내집 마련의 기회를 낚도록 해 줄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정부와 관할 지자체도 아파트 건설원가를 바탕으로 한 분양가격 인하지도 등으로 주택업체가 아닌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주택행정이 되도록 힘쓰는 2004년이 되길 기대해 본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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