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음식과 철학

입력 2003-12-26 09:07:21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수명이 70세를 넘었다.

그래서 요즘은 어르신들의 건강과 장수를 축하하는 잔치가 환갑에서 고희로 옮겨갔다.

인간의 평균수명을 연장한 공은 무엇보다 의학의 발전과 음식의 질이라 하겠다.

그러나 음식은 그 공로를 크게 인정받지 못하면서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바로 철퇴가 가해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대장금'은 우리가 그동안 간과했던 음식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함으로써 일상적인 식사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 듯하다.

주위를 둘러보면 잡히는 것이 인스턴트 푸드이고 늘려있는 것이 음식점이다.

그래서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어쩌면 과거에 비해 음식은 풍부해졌으나 선택의 범위는 좁아진 듯하다.

학자들에 의하면 음식의 섭취 경향이 그 사람의 성격이나 성품에 관계한다고 한다.

그 중 흔히 하는 얘기로 육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동적이고 채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정적이라 한다.

그래서 육식문화를 소유한 서양은 동적 성향이 높아 능동적이고 이동적 사회경향을 지니고 있는 반면 동양은 채식문화가 주를 이뤄 정적이고 수동적이며 정착적 사회경향이 높다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를 보면 전반적으로 급해지고 단편적 경향이 높아져 가고 있다.

이런 현상이 음식에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과거 우리의 식사에 비해 확실히 육식의 섭취가 증가되었고 서구의 패스트푸드 문화나 인스턴트 푸드가 상용화된 점은 우리의 인식과 가치관 변화에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음식은 또 생명과 관계한다.

따라서 생명을 함부로 다룰 수 없듯이 음식도 함부로 취급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생활에서 어쩔 수 없이 인스턴트 푸드나 패스트푸드, 외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할지라도 무엇을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을지 생각하면서 음식에 대한 의미와 생명에 대한 존중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 하나하나에 우리의 마음, 가치관과 정신이 담겨져 있음을 상기하면서 음식미학을 논하여야 할 것이다.

박모라 상주대 교수.식품영양학과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