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대구자연과학고등학교의 배려로 생활체육대회 태권도 동호인들이 모여 한마당 잔치를 열었다.
방과 후 스포츠가 없는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에게 극기와 인내심을 체험하게 하여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도모하자는 국민 건강 증진 차원에서 열린 행사였다.
이날 새벽 필자가 행사 준비를 위해 학교에 도착하니 더 일찍 도착한 사람들이 바로 노점상인들이었다.
5대의 차가 즐비하게 자리를 잡았고, 여러 음식가판들이 입구를 차지하고 있었다.
본부측에선 강력히 단속하라고 했지만 어렵게 생활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인데 매몰차게 돌려보내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닌 것 같아 '내가 책임진다'는 약속을 하고 장사를 하게 했다.
물론 청소와 주변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상인들의 충분한 약속을 받고 난 후의 결정이었다.
오후 7시, 모든 것을 종료하고 어둠이 내려앉은 밖을 나왔을 때 필자의 기대는 처절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그렇게 당부를 드렸건만…. 상인들은 온갖 음식찌꺼기와 그 많은 쓰레기들을 화단 나무 중간 중간과 건물 구석구석에 꼭꼭 숨겨둔 채 모두 떠나버리고 없었다.
뒤처리를 하는 내내 '차라리 밖에 그냥 두고 갔으면 이런 고생을 하지 않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당리당략만을 위해 정책을 펼치려는 정치인이나 노점상인들의 '앞으로 볼 일 없다'식의 뒷모습이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쳐질까 생각하니 씁쓸하기만 했다.
'한두 사람이 윤리적으로 착하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누가 되어서는 안되는데…' 하는 아쉬움이 뇌리에 맴도는 하루였다.
손성도(영남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