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한나라, 침몰하는 타이타닉"

입력 2003-12-25 11:31:47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4일 내년 4월의 17대총선이 '한나라당 대 자신과 열린우리당의 대결구도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낮 총선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사퇴한 전직 비서관과 행정관 9명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그동안 수고가 많았다"며 일일이 '어디에서 출마하느냐, 상대는 누구냐' 등등을 물은 뒤 강도높게 격려했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은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와 같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주변에 있으면 가라앉을때 물보라나 소용돌이가 생기기 때문에 침몰할 것"이라고 말한 뒤 "한나라당이 대통령인 나를 워낙 공격하니 앞으로 싸움은 한나라당과 대통령의 싸움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또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과 대립하는 구도로 가면 여기서 민주당을 찍는 일은 한나라당을 돕는 일로 인식될 것"이라는 취지의 '문제의 발언'도 했다.

노 대통령은 "여러분이 고생길로 나가는데 나로 인해 손해를 보지않도록 나도 열심히 하겠다"고도 말했다.

이같은 내용의 노 대통령의 발언내용이 알려지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노골적인 선거운동개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발언은 사적인 비공개 송별오찬에서의 발언이자 덕담"이라며 "대외적 의사표명도 아닌 사적 발언을 가지고 시비를 거는 트집정치를 중단하기 바란다"말했다.

노 대통령의 총선구도언급은 총선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떠나는 비서관들에 대한 격려차원이지만 파장은 만만치않을 전망이다.

청와대비서실과 내각을 총선을 염두에 둔 체제로 개편하는 등 여권차원의 총력전 자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드러난 노 대통령의 발언은 의도적으로 총선구도를 양강구도로 몰아가겠다는 사전포석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보다 민주당이 약진하면서 한나라당대 민주당구도로 총선구도가 짜여지는 것에 대한 견제차원이 아니냐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지원은 이날 오후 성탄절을 앞두고 쪽방에 거주하는 영세민들을 격려하는 노 대통령의 민생현장방문에서도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노 대통령의 민생현장에 지난 21일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한 윤훈렬(尹薰烈) 전 행사기획비서관이 수행한 것이다.

윤 전 비서관은 이 지역(영등포갑)에 출마할 예정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사진: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긴급의원총회에서 김원기 상임의장이 정대철 의원이 건네준 문서를 살펴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영욱기자 mirag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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