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농업시설분류 '화근'-청도버섯농장 참사

입력 2003-12-23 14:04:36

17명의 사상자를 낸 청도 대흥농산 화재 참사는 현실에 뒤처진 낡은 법체계와 법에 얽매여 탄력적 대응을 못한 행정당국의 경직성 때문에 벌어진 인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수천여평 규모의 가공공장이 단순 농업시설로 분류돼 수년간 농지법, 소방법, 건축법 등에서 일종의 특혜를 받았고, 결국 이런 특혜가 대규모 참사를 초래한 것으로 밝혀졌다.

농지법 시행령 제34조 제1항에 따르면 농업진흥구역 안에서 허용되는 토지이용 행위에는 고정식 온실, 버섯재배사 및 비닐하우스와 부속시설 설치 등이 포함돼 있다.

결국 버섯재배사는 일반 농작물의 경작과 다년생 식물의 재배와 같이 취급돼 농지전용 허가와 관계없이 아무 농지에나 지을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들조차 화재가 난 대흥농산을 단순 버섯재배사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도군청 관계자는 "버섯재배사는 비닐하우스 정도의 시설에서 말 그대로 버섯재배를 주로 하는 시설"이라며 "가공 및 포장시설을 갖춘 대규모 공장을 단순 버섯재배사로 분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대흥농산의 경우 농지 4천603평, 연건평 2천413평(3층 규모)의 조립식 패널건물에 살균실, 입병실, 냉각실, 작업실, 사무실, 200여명 수용 규모의 식당을 갖춰 일반 제조공장과 다를 바 없다.

아울러 대흥농산의 대지 4천603평은 여전히 지목상 논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건물 신축 당시 바닥 전체를 콘크리트로 깔고 구조물을 설치했기 때문에 농지 복구는 불가능하다.

청도군 이강모 농지관리담당은 "지난 1992년 2월22일 이전만 해도 버섯재배사 등 농산물시설의 경우 면적에 따라 신고 또는 허가사항이었으나 규제완화 차원에서 바뀌었다"며 "이처럼 대규모 시설이 농지전용 허가없이 마구잡이로 농지에 지을 수 있다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이처럼 농업시설로 분류되다보니 소방법상에도 동식물시설로 포함돼 3년마다 서류검사만하는 형식적인 점검에 그치고 있다.

청도군 관계자는 "자본금이 10억원 이상 되는 기업형 농업시설에 비닐하우스 등 일반 농업시설과 똑같은 특혜를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대규모 농업시설의 경우 농지전용을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도.최봉국기자 choib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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