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한 주일 동안 격렬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폭탄 발언'을 연일 쏟아 놓고 있다.
노무현 캠프의 대선 자금이 이회창 캠프의 대선 자금에 10퍼센트를 넘으면 어떻게 하겠다든지, 자신의 대선 자금 규모가 합법 불법 다 합쳐서 350-400억 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말이 신문, 방송의 톱 뉴스가 되고 있다.
지난 19일 저녁에는 노사모 주축의 개혁네티즌연대가 당선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리멤버 1219' 행사에 노 대통령이 참석했다.
노란 목도리를 두르고 연단에 오른 노 대통령의 연설로 행사장은 금방 달아올라 칼바람 부는 여의도의 추위를 녹였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시민혁명'을 계속해야 한다고 하여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 말 역시 뉴스의 머리를 장식하였으며 야당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이런 노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많은 사람들은 노 대통령이 충동적이기 때문에 '계획되지 않은' 말을 불쑥불쑥 한다고 풀이한다.
어제 어떤 신문을 보니 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시민혁명' 발언에 대해 "대선 자금을 역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적게 썼는데도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참담한 상황 속에서 대통령이 그런 식으로 스트레스를 푼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했단다.
이에 대한 나의 시각은 아주 다르다.
나는 노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이런 발언을 계속한다고 보지 않는다.
그리고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그런 논쟁적 발언을 한다는 말인가. 나는 대통령이 '의도적' 발언을 하고 있다고 본다.
어떤 의도일까? 노 대통령은 '시민사회'의 역량을 결집하여 '정치사회'를 개혁하고자 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전략적 방향에 나는 우선 공감한다.
왜냐하면 우리 나라의 '정치사회'는 오랜 군부권위주의체제하에서 정상적으로 발전하지 못했으며 민주주의로의 이행과정에서도 자신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인으로부터 자본가로(from soldier to salesman)' 권력이 옮겨간다는 제3세계 민주화 과정의 일반적 특징처럼 폭력과 냉전이데올로기에 의해 비틀어졌던 우리 나라의 정치사회는 지금은 돈에 의해 얼룩지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 상황을 정치사회가 스스로 바로 잡을 가능성은 지금 존재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작년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나서 승리한 쪽이나 패배한 쪽이나 모든 정치세력은 자기개혁을 모토로 내걸고 발버둥을 쳐 왔다.
그러나 일년이 지난 지금 이루어 놓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각 정당의 개혁은 기득권 세력의 '뭉개기 전략'에 의해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으며 정치개혁을 빌미로 한 권력투쟁으로 시끄럽기만 하다.
선거나 의회개혁도 마찬가지다.
어제 저녁 정치 뉴스에는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제시한 정치개혁안이 반개혁적이라는 시민사회단체의 성명이 크게 올라왔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정치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기득권 세력이 돈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속셈을 가지고 있으며 새로운 세력의 진입을 가로막으려 한다고 주장하였다.
말로만 개혁을 한다고 하면서 국민의 개혁 열망을 짓밟고 있다는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길 수 없음이 드러났다"는 것이 시민사회단체들의 결론이었다.
정치개혁특위에 참가하고 있는 의원들이 자기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에 선거관리위원회를 무력화하려고 하며 정치개혁안을 왜곡, 변질시키려 한다는 대목에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사회가 스스로 변하기를 거부하는 한 시민사회의 힘을 결집하여 정치사회를 개혁하려고 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프로젝트는 일정한 지지를 받게될 것이다.
그러면 지금 노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전략은 다 옳은 것인가? 아니다.
노 대통령의 정치프로젝트가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시민사회를 '노빠화'할 위험성이다.
'노무현 오빠'를 외치는 무비판적 지지그룹의 형성은 대통령에게 우선 편할지 모르나 시민사회의 내발적 성장을 위해서, 그리고 지속적 정치개혁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
시민사회의 힘을 결집하는 과정은 선정적 이슈를 중심으로 하는 동원 과정이 아니라 정책과 제도를 중심으로 하는 자기실현 과정이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개혁을 위해 시민사회를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가 정치개혁을 할 수 있는 자신의 힘을 안으로부터 이끌어 내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태일(영남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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