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돈과 이혼

입력 2003-12-22 15:49:54

단 3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세상을 떠난지 50년이 넘은 제임스 딘은 세계 젊은이들의 '우상'이다.

그 확고부동한 이미지는 영화 '이유 없는 반항' 때문이다.

딘의 영화 속의 반항은 기성세대만 겨냥한 게 아니라 가부장의 권위를 잃는 아버지에 대한 실망도 한 축을 이루는, 사실은 '이유 있는 반항'이었다.

이 영화가 제작된 1950년대만 해도 미국에는 청교도적 관습에 의해 우리와 마찬가지로 가장의 권위가 살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할리우드 영화는 이혼 당하기를 밥먹듯 하는 아버지가 그려지고 있으며, 아내와 자식들 눈치보기에 급급할 정도로 가장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아버지는 가족의 운전사이거나 아내에게 돈 버는 기계가 아니면 '변강쇠'나 돼야 대접을 받을 판이다.

더 딱한 건 '미국에서는 결혼은 쉽고 이혼은 어렵지만, 한국에서는 그 반대로 결혼은 어렵고 이혼은 쉽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모 재벌의 며느리가 이혼하는데 당사들 없이 판사.변호인 등만 참석해 이혼이 이뤄졌다.

하지만 미국은 그 절차가 길고 복잡하다.

▲지난 한해 우리나라에서는 30만6천여쌍이 결혼하고 그 절반인 14만5천여쌍이 이혼했으며, 돈 문제 때문에 이혼한 경우는 10년 사이에 7배로 커졌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03 한국의 사회 지표' 에 따르면, 이혼 건수가 1992년 5만3천539건에서 2002년 14만5천324건으로 3배나 늘었다.

이 가운데 돈 문제로 갈라선 부부는 10년 전 1.9%에서 13.7%로 높아져 각박한 세태를 말해준다.

▲이 지표 조사에서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돈(24.4%)보다 건강(44.9%)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족의 결속력은 날로 약화되고 있으며, 이혼은 너무나 쉬워졌다.

그 요인이 돈과 관계가 깊다는데 심각성이 더해진다.

외국 이주 신고자 1만1천178명 가운데도 그 이유가 취업이 56.5%로 가장 높다.

직장을 잡지 못해 해외로 떠나는 비중이 점점 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 직장을 고를 때도 수입이 얼마냐가 최우선일 만큼 '돈 세상'이 돼 버렸다.

▲요즘 젊은이들이 연애는 좋아하는 사람과 하고, 결혼은 조건이 좋은 사람과 한다면서 결혼상담소를 찾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결혼을 앞둔 가정에서 혼수를 둘러싸고 크고 작은 갈등과 불만이 불거지며, 특히 딸을 둔 부모들이 심한 상처를 입는 경우가 허다한 건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돈이 지배하는 사회는 잔인할 정도로 등 돌리고 배반하는 현실을 낳을 뿐이다.

한 성직자의 "물질을 지혜롭게 관리할 줄 아는 지혜를 허락하시고, 황금만능주의가 사라지게 하옵소서"라는 기도가 아프게 다가오는 세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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