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번씩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저 사람 정성을 생각하면 그러지도 못해". 올 들어 수은주가 가장 낮은데다 바람까지 심했던 지난 19일 오후. 포항시 남구 송도동사무소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는 권성호(36)씨는 기자와 함께 이 동네에서 홀로사는 생활보호대상자 박옥선(71) 할머니를 찾았다.
할머니가 각종 질병으로 거동이 힘든데다 생활마저 어려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했다.
좁은 부엌문을 열고 세 명이 앉아있기도 비좁은 셋방으로 들어섰다.
보일러를 켜 놓았지만 기름값을 아끼려고 했는지 방안은 온기가 없었고 머리맡에 약봉지만 수북히 쌓여 있었다.
당뇨, 고혈압, 위장병에다 다리가 붓고 아파 걷지를 못해 바깥 출입도 할 수 없는 몸. 약값만 한달에 15만원은 족히 든다고 했다.
특히 겨울에는 기름값 때문에 시에서 지급되는 한달 28만원의 생계보조비로는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하다.
박 할머니는 남편이 지난 92년 간암으로 숨진 뒤 자식이 없어 홀몸이 됐다.
유일한 피붙이였던 여동생마저 이미 20년전 사망했다.
몇해 전만 해도 파출부, 호떡.군밤장사 등으로 혼자 생활은 꾸려 나갔지만 지금은 시청의 지원만이 유일한 생명선.
박 할머니는 "얼마전 저 양반(권씨)이 쌀 한포대를 갖다줘 너무 고맙게 먹고 있다"며 "죽고 싶어도 평소 고맙게 해주는 저 양반을 생각하면 함부로 죽을 수도 없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지난 91년 포항시청에서 일반직으로 공직을 시작한 권씨는 지난해 8월 사회복지사 시험에 합격, 사회복지사로 전직했다.
물론 2년동안 주경야독한 덕분에 대구미래대 야간부 사회복지과를 졸업, 자격증을 땄기 때문. 권씨는 "승진하려면 일반직이 좋지만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살고 싶다'는 평소 소신에 따라 미련없이 바꿨다"고 말했다.
권씨는 직장인 8명으로 구성된 보컬그룹 '노래하는 좋은 사람들'의 회장이다.
노래 공연을 통해 모은 성금으로 불치 및 난치병을 앓는 사람들을 돕기위해 지난 해 10월 창립한 것. 지금까지 28회 공연으로 2천200만원의 성금을 모아 난치병 네 가정에 1천500만원을 지원했다.
권씨는 "미약하지만 노래로 세상을 바꾸고 싶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며 "어려울 때 조금씩 나누는 마음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삶"이라고 말했다.
권씨의 부인도 포항종합사회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며 이웃을 돕는 일에 앞장 서고 있다.
연락처 011-821-7867(권성호씨)
포항.임성남기자 snl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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