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에서 오지로 꼽히는 울진지역이 요즘 시끌하다.
'2005년 울진 친환경농업엑스포'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울진 친환경농업엑스포조직위원회 최규환(崔奎環) 사무총장을 비롯한 23명의 직원들은 요즘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사업비 160억원, 울진 역사 이래 가장 큰 행사, 세계 20여개국이 참가하는 국제행사, 농림부.행정자치부.환경부.문화관광부.산업자원부 등 중앙부처와 경상북도.농수산물유통공사 후원'.
어마어마한 사업규모에도 불구하고 조직위 직원들은 전혀 주눅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지역을 획기적으로 변혁시킬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직원들 모두 '한번 해보자'는 도전의식과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으로 열정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때문에 군청 서편 민원실 2층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조직위는 청내 여느 부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매일 오전 7시 50분,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인 시각. 최 총장과 민명강(閔明剛) 기획부장, 이재덕(李在德) 총무팀장과 장현종(張鉉種) 국제협력팀장의 출근으로 조직위의 하루가 또 시작된다.
"친환경합시다".
장 팀장이 담배에 불을 댕기는 민 부장을 향해 일침을 날리자 사무실은 웃음바다가 된다.
통상적인 인사말인'안녕하세요'대신 울진군이 엑스포를 유치하면서 새로 바꾼 구호와 '사무실내 금연'이라는 규율을 어긴 상사를 빗대 표현한 말이기 때문이다.
장 팀장의 입담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사이 직원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꼴찌지만 신혼의 단꿈도 뒤로 한 채 지각 한 번 없는 안춘섭(31)씨의 등장으로 전 직원이 모두 출근한 셈이다.
엑스포 조직위원회가 출범한 것은 지난 9월. 이들은 한결같이 지나온 몇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고 입을 모은다.
출.퇴근 개념없이 넘쳐나는 낯선 업무는 이들로 하여금 많은 인내를 요구했다.
평소 석양일배(夕陽一杯)를 즐기던 모씨는 행사 준비에 술집 출입이 줄어들면서 아예 술을 끊게 되었고 동기회 등 각종 모임 출입이 잦았던 또 다른 이는 행사가 끝날 때까지 모임에 나오지 말라는 한시적 제명을 당하기도 했다고 팀내 유일한 홍일점이자 막내인 김정주(25.여)씨가 귀띔해준다.
주경야독으로 만학의 길(삼척대학교 울진캠퍼스)을 걸어오고 있는 장문호 운영팀장, 박금용 행사팀장, 노용성.김형수씨는 직장인과 학생이라는 이중 신분 유지를 위해 '우등생'이란 명예를 포기(?)하는 아픔을 견뎌야만 했다.
민 부장은 거의 피우지 않던 담배를 하루에 한 갑 이상 피우는 골초가 됐다.
서른을 넘긴 노용성씨는 데이트할 시간이 없어 장가도 못갈 판이라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그럼 이들이 일만 했을까. 나름대로 낭만도 만끽했다고 말한다.
김창수 기획팀장은 독학으로 공부했던 일어를 일본 현지 출장을 통해 실전 경험을 쌓았다.
18번 노래를 가수 육각수의 '흥보가 기가막혀'를 개사한 '홍보가 기가 막혀'로 바꾸었다고 능청을 떠는 윤명한 홍보팀장은 신문지상에 얼굴이 오르는 영예도 안았다.
무엇보다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동료애, 한번 해보자는 도전의식과 사명감으로 재무장한 게 가장 큰 소득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사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친환경농업엑스포에 대해 회의론을 주장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민선 3기 김용수(金容守) 군수가 출범하면서 구상한 엑스포를 놓고 '농업 기반이 취약한 울진에서는 허구에 불과하다', '동네 축제밖에 못해본 울진이 국제행사를 감당해 내겠느냐'는 등 곱지않은 시각도 많았다.
긍정적인 면은 깡그리 뭉개버리고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키는 일부 언론도 부담스런 존재였다.
비단 이런 인식은 주민들뿐만 아니라 공직 내부에서도 없지 않았다.
민 부장은 "주민들은 고사하고 공직자들 사이에서도 엑스포 발령에 대해 '잘 해야 본전 부서'라는 인식도 상당했지만 친환경 농업에 대한 교육과 심포지엄 등을 통해 하나하나 얽힌 매듭을 풀어나가다 보니 이제는 평가가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이들이 제기하는 기대효과는 한 마디로 지역발전이다.<
행사기간 동안(2005년 7월22일∼8월 10일)관람객 30만명을 유치하면 단기적으로 숙박업 30억원, 요식업 60억원, 특산품 판매 60억원 등 18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장기적으론 친환경농업의 저변 확대로 울진은 물론 우리나라의 농업에 대한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호기이기도 하다.
또 울진이 보유하고 있는 바다, 온천, 동굴 등 청정 문화. 관광자원과 연계해 주민소득증대,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 했는데 가장 우려했던 주민들의 인식이 달라진 만큼 이미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라는 최 사무총장은 "이제부턴 계획대로 하나씩 추진해 나갈 것이며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엑스포 개최 전 7번 국도 4차로 확장사업, 울진공항 개항 등도 정부와 협의중에 있다"며 성공개최를 확신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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