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노인들과 고엽제 병마에 시달리는 베트남 참전용사, 박봉의 기능직 공무원.
소외와 궁핍의 그늘에 가려진 그들이 같은 처지의 불우이웃과 청소년을 돕고 있어 겨울 칼바람의 한기를 잠시 잊게하는 훈훈함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의성군 봉양면 도원2리 경로당회원 48명은 겨울 농한기라지만 볏짚으로 이엉 엮는 일에 쉴틈이 없다.
추수한 논에 마을 청년들이 거둬 쌓아둔 볏짚단 위에 걸터 앉아 이엉을 엮어낸다.
이렇게 엮어낸 이엉은 홀몸노인 돕기 기금과 청소년 장학금 밑천이 되기에 오후 내내 계속되는 고된 작업에도 콧노래 농요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상주 동학당 민속촌에 마름당 4천원씩 400여 마름을 엮어 보내 150만원을 벌고 올해는 다시 이곳과 안동 하회마을에 모두 800마름을 계약, 500만원의 수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돈으로 지난해는 지역내 홀몸노인을 도왔고 올해는 마을내 중.고교생들에게 장학금을 줄 계획이다.
배덕식(74)노인회장은 "이엉엮기가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마을주민들의 화합과 건강을 안기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낸다" 고 밝게 웃었다.
안동시 안막동노인회는 회원들이 동네 아파트 주변은 물론 직접 손수레를 끌고 시내를 돌며 빈병과 폐지, 헌옷 등 재활용품을 수집하고 있다.
이렇게 버는 돈은 하루에 만원 남짓. 경로당 운영비를 제외하고 나머지 돈을 꼬박꼬박 모아 매년 100만원의 장학금을 8년째 인근 고등학교에 신입생 장학금으로 전달하고 있다.
청송군 부동면 상평리 꽃등밭제에서 휴게소를 운영하는 오원규(59)씨. 지난 1971년부터 3년간 맹호부대원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얻은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통의 나날을 살아왔다.
그는 보훈처에서 받은 위로금 300만원으로 주왕산 주산지의 4계절 사진엽서를 제작, 지난 봄부터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판매해 모은 수익금 200만원을 이번 겨울 지역 홀몸노인들의 연탄구입비로 선뜻 내놨다.
오씨는 "몸은 병들었지만 움직일 수 있는 한 나보다 더 딱한 이웃을 돕는 일을 계속해나가겠다" 고 말했다.
청송군 진보면사무소 김영철(38.지방기능직 8급)씨. 7년째 매달 새벽 우유배달로 번 40만원에다 박봉을 쪼개 이웃 홀몸노인들과 기초생활수급자 60여명을 돌본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불우이웃이 사는 사회복지시설과 청송교도소를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80년 청송 진보초교 졸업후 가정형편이 어려워 진학을 포기하고 면사무소 사환으로 일하면서 검정고시를 거쳐 전문대학까지 졸업한 그는 "언제나 억세게, 그늘진 곳의 사람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싶다" 고 말한다.
정경구.김경돈.이희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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