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가 동굴을 파는 이유는...

입력 2003-12-20 08:5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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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의 엘곤산에는 코끼리들이 파놓은 동굴이 있다.

밤 시간을 틈 타 코끼리들은 한 줄로 서서 조심스레 동굴을 찾는다.

코끼리는 바위 한 덩어리 떼어내고는 몇 시간 동안 씹어 먹는다.

코끼리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나트륨 즉 소금을 섭취하기 위해서다.

이 동굴의 바위에는 식물보다 100배나 많은 나트륨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굴의 깊이는 무려 2천400m. 과학자들은 지난 2만년 동안 코끼리들이 이곳에서 약 500만ℓ리터의 바위를 파 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거북은 칼슘이 부족하면 껍질에 기형이 생긴다.

캘리포니아 사막거북은 칼슘을 찾아 사막을 수십㎞ 여행한다.

적당한 장소를 발견하면 거북은 땅을 수㎝ 파서 칼슘을 섭취한다.

침팬지는 털이 난 나뭇잎을 뭉쳐서 삼키는데 잎에 난 털은 창자 주위의 기생충들을 청소한다.

개와 고양이가 가끔 풀을 뜯어먹는 것도 비슷한 이유이다

동물들은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어서는 안될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병이 걸리면 흙이나 숯, 또는 특정 식물을 먹는 등 자연적인 치료법을 이용해 스스로 치료하는 모습이 많이 발견된다.

그러나 질병과 고통스럽게 싸우기는 동물이나 인간이나 마찬가지이다.

영국의 동물학자 신디 엥겔은 저서 '살아있는 야생'(Wild Health.최장욱 옮김.도서출판 양문펴냄)을 통해 야생에도 수 많은 질병이 존재하며 생명체는 이를 이겨내기 위해 다양하고 놀라운 전략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엥겔은 야생의 건강 유지 전략이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낭만적이거나 신비주의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건 냉혹한 야생의 효율성 테스트, 즉 자연 선택을 통해 검증받은 것이다.

동물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치유해 나가는 방법을 배워나간다.

동물들에게 먹이는 단순한 에너지원에 그치지 않고 치료약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일반인들이 모르고 있던 동물들의 놀라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풀을 뜯어먹는 육식동물, 뼈를 먹는 초식동물, 심지어 알코올과 마약에 탐닉하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남부 스칸디나비아 지방에서는 날씨가 갑자가 추워지면 땅바닥에 떨어져 죽은 황여새를 발견할 수 있는데 부검해 보면 사인은 알코올섭취에 따른 급성 간질환으로 나타난다.

마가목 열매는 겨울철 오랫동안 나무에 매달려 있으면서 발효되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황여새들이 이 열매를 매우 좋아한다는 점이다.

코끼리는 술에 잘 취하는 동물로 유명하다.

1985년 150마리에 달하는 아시아코끼리 무리가 인도 서부 벵골지방의 밀주 제조공장을 덮쳐 다량의 술을 마셨다.

술에 취한 코끼리는 마을을 습격했고 이 때문에 5명이 죽고 10명이 다쳤으며 건물 27채가 파괴됐다.

일부 동물이 알코올을 섭취하는 이유에 대해 분명히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스트레스가 동물들의 알코올 섭취를 늘린다는 학설이 제기된 상태이다.

인간에 의해 가둬진 동물은 야생에 비해 현저하게 면역력이 약화되고 쉽게 질병에 노출된다.

동물학자이며 '털없는 원숭이'의 저자인 데스몬드 모리스는 "도시는 콘크리트 정글이 아니라 인간동물원"이라고 말했다.

'살아있는 야생'이 전하는 교훈은 명료하다.

다른 종들의 건강이 위협받는 환경 속에서 인류도 결코 건강할 수 없으며, 인간과 야생관계를 복원한 뒤 유대관계를 지켜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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