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활용교육/컷컷컷-재판의 왜곡가능성

입력 2003-12-19 09:16:04

영화 '데드 맨 워킹'이 던져주는 사형 제도의 문제는 2000년에 개봉된 영화 '허리케인 카터'와 맞닥뜨리면 인간의 오판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연결됩니다.

덴젤 워싱턴이 체중을 20kg이나 감량하면서 열연한 '허리케인 카터'는 1966년 미국 뉴저지의 한 바에서 백인 3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후 20년 동안 교도소에서 투쟁해 끝끝내 무죄 선고를 받은 실제 인물입니다.

인종차별의 설움을 이기기 위해 권투를 시작한 루빈 카터는 데뷔 후 KO로 승승장구하면서 '허리케인'이란 별명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데뷔 4년만인 1964년 세계챔피언전에서 패하면서 그의 삶은 내리막길로 접어듭니다.

2년 뒤 살인 혐의로 기소된 그는 전원 백인인 배심원에 의해 유죄를 선고받아 종신형에 처해지게 됩니다.

그 후 그는 옥중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글을 써내려가죠. 영화는 감옥에 갇힌지 20년만인 1985년 연방법원에 의해 무죄를 선고받기까지의 투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카터는 1993년 세계권투협회로부터 명예 챔피언 벨트를 받았고 캐나다에서 억울한 죄수들을 위한 석방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카터가 감옥에 가게 된 것은 형사 페스카 때문입니다.

인종차별이 근본 원인이죠. 노만 주이슨이 감독을 맡은 건 당연한 일로 보입니다.

그는 '밤의 열기 속으로', '솔저 스토리' 등을 통해 미국 사회의 흑백 차별을 꾸준히 고발해온 인물입니다.

덴젤 워싱턴이 각광받게 된 것도 '솔저 스토리'에서부터였죠. 덴젤 워싱턴은 '허리케인 카터'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에 올랐다가 쓴잔을 마셨지만 골든 글로브와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카터가 조작된 혐의, 백인 일색의 배심원에 의해 유죄를 선고받는다는 사실은 인간의 생명과 자유를 다루는 형사재판이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느냐를 보여줍니다.

카터는 여기에 글쓰기로 맞섭니다.

캐나다의 흑인청년 레스라 마틴이 환경운동가 친구들과 함께 카터의 구명운도에 나서게 된 것도 그가 쓴 자서전 '제16라운드'를 읽고 받은 감동 때문이었죠. 실제로 가수 밥 딜런은 카터의 자서전을 읽고 감동해 1975년에 그의 이야기를 다룬 노래 '허리케인'을 헌사하기도 했습니다.

끈질긴 투쟁 덕분에 카터는 다행히 석방됐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감옥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판단에 의해 자유를 침해받고 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또한 그 무서운 사형 집행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이들 가운데 억울한 경우가 얼마나 될지, 하소연조차 제대로 못한 사람들이 혹여 있을지 생각해 본다면 참으로 끔찍한 일입니다.

김재경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