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그물-"얼굴에 코가 있어 죽어야 했다"

입력 2003-12-19 09: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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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군은 적의 머리를 잘랐고 왜군은 적의 코를 베었다.

잘려진 머리와 코는 소금에 절여져 상부에 바쳐졌다.

전과의 증거물이었다.

잘라낸 머리와 코에서 적과 아군을 식별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전장에서는 모든 적들이 모든 적들의 머리를 자르고 코를 베었다.

왜병들은 피난민의 아녀자들까지 모조리 죽이고 코를 베어갔다.

피난민들은 다만 얼굴 가운데 코가 있기 때문에 죽었다.

또 아군은 아군의 시체에서 목을 베어 소금에 절였다.

그렇게 그들은 승진했다".

-조선 병사의 고백-

"적선이 침몰하기 직전 바다로 뛰어들던 왜의 군사들이 조선말로 비명을 질렀다.

그들은 왜군에 잡힌 조선인들이었다.

갑판 밑에 숨어 있던 적의 노 젓는 군사들을 포로로 잡았다.

이들은 적에게 끌려간지 1년이 넘은 조선인들이었다.

전라도 해남이 무너질 때 끌려간 자들, 바닷가에서 해초를 따다가 붙잡힌 자들이었다.

적의 성곽공사에 동원되었고, 적선에서 노를 저었다고 진술했다.

때로는 아군 함대를 향해 조총을 쏘기도 했다고 밝혔다".

-생포한 적병심문-

"벌목 작업에 투입한 왜병 포로 2명이 산 속 작업장에서 죽었다.

가파른 비탈에서 통나무를 끌어내리다가 흙이 뭉개지면서 바위가 굴렀다.

비탈 아래쪽에서 밧줄을 당기던 포로들이 깔려 죽었다.

작업은 계속됐다.

왜병 포로의 시체 옆에서 아직 살아 있는 포로들이 통나무를 묶은 밧줄을 당겼다.

군관이 포로의 등을 채찍으로 때렸다.

산 포로들은 죽은 포로의 시신을 옮기면서 울었다.

늙은 포로도 울었고 젊은 포로도 울었다.

적의 울음은 이미 왜병의 울음이 아니었다.

포로는 한 사람의 약한 인간으로 울었다.

그러나 그의 울음을 한 인간의 울음으로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나의 적이다.

그는 내가 베어야 할 적일 뿐이다.

전쟁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인간에 대한 예의'를 버려야 한다".

-포로감독 조선군관-

"왜란 발생 1년이 지난 요즘 의병은 거의 독자적인 전투를 하지 않는다

기껏 우리 일은 관군과 함께 명나라 군대의 식량을 조달하고 말먹이, 땔감마련, 임시가옥 준비 등 명군에 대한 지원업무에 국한돼 있다.

관군들도 식량이 부족한 마당에 의병에게 돌아올 식량은 거의 없다.

많은 의병장들이 모함을 받아 처벌받거나 매질을 당했다.

도적으로 몰리거나 반역의 무리로 몰려 처형되기도 했다.

관군들은 작전에 방해가 된다며 의병을 모함했다.

국난에 직면했지만 선뜻 의병에 나설 사람이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의병활동에 대해 '전세역전의 계기' '애국충절'이라는 평가와 '오합지졸' '도적의 무리'라는 평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난 앞에 목숨을 던진 우리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다".

-의병 참가자-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도움말:국립 중앙도서관.국가지식정보통합검색 시스템.한국역사연구회.역사신문.김훈, 칼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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