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지역 상가 '최악의 불경기'

입력 2003-12-18 11:15:44

"연말 성수기임에도 상인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외환위기를 겪을 때를 뺨칠 정도지요".

경주 중심부에 자리잡은 중앙상가들이 잔뜩 찌푸려 있다.

세계문화엑스포 행사가 끝난 후 경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이 급감해 관광객들의 시내 쇼핑도 거의 없는 실정이어서 어려움을 더해주고 있다.

상인들은 "2003경주세계문화엑스포 행사 기간에는 시가지 축제가 많아 국내외 관광객들의 시내쇼핑이 가끔 눈에 띄었으나 행사가 끝나기 무섭게 발길이 뚝 끊어졌다"며 "연말인데도 상가경기는 여전히 썰렁해 최근 수년 만에 최악의 불경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상가발전연구소장 김성수(62)씨는 "예전엔 세일을 하면 소비자가 몰려들었지만 경기침체 장기화로 거리에 사람이 없어 창고에는 재고가 쌓이고 있다"며 한숨짓고 있다.

경주의 양대 시장인 중앙·성동시장도 불경기를 겪기는 마찬가지다.

상인 김춘수(67)씨는 "작년에 비해 매출이 30% 이상 떨어졌다"며 혀를 내둘렀다.

상인들은 올해는 엑스포 행사가 있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으나 평소에는 관광성수기에도 시내 상가에서 쇼핑을 즐기는 단체관광객은 아예 찾아볼 수 없고 개별 여행객도 해마다 감소해 불경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현상은 경기침체에도 원인이 있지만 여행업체에서 사적지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과 수학여행단의 시내쇼핑을 아예 제외시켜버렸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상가들은 자구책으로 매년 1, 2차례씩 상가축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반짝경기에 그치고 있을 뿐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상인들은 "관광활성화가 바로 상가활성화의 지름길이므로 시청 청사이전 자리에 다목적 관광정보센터를 유치, 경주를 찾는 관광객이 시내쇼핑도 하고 쉬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주상가발전번영회 관계자는 "매년 많은 상가가 문을 닫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상가를 살릴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주.박준현기자 jh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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