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후세인 생포로 해결될까?

입력 2003-12-18 11:32:50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의 체포는 그동안 궁지에 몰렸던 부시와 주변 강경론자들에게는 호재일지는 몰라도 세계평화와 안정에는 큰 도움은 안될 듯 싶다.

일부에서는 후세인 체포를 계기로 저항세력들의 폭탄테러와 기습공격이 종식되면서, 활발한 재건활동이 전개돼 이라크에 희망의 새싹이 틀 것이라고 점치고 있으나,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 신보수주의자(Neocon)들의 강경대처가 더욱 노골화하면 저항세력의 공세는 한층 거세지고, 서방과의 갈등의 골도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부정적 시각의 이들은 폭탄테러와 기습공격의 주체들이 후세인에 충성하는 바트당이나 페다옌 민병대만이 아니라 이라크인 지하드, 외국인 무자헤딘도 있고, 알 카에다와 연계된 그룹이 존재하는 등 미국 정보기관도 이들의 정체를 정확히 판단 못할 정도로 다양하다는 데 주목한다.

코란과 민족주의 정신으로 무장된 이라크인 지하드는 후세인 시절의 군사조직을 하찮게 보며 사우디, 요르단, 시리아 등에서 국경을 넘어온 외국인 무자헤딘은 대부분 무슬림 근본주의자들로 후세인을 독재자로 부른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 그룹은 종교적 열정으로 점령군에 대항하기 때문에 자살 폭탄공격에 서슴없이 나선다.

지난달 유엔(UN) 건물과 이탈리아 군에 대한 자살폭탄 공격도 이들의 소행이었다고 한다.

후세인 시절의 군사조직을 비롯한 이들 저항세력은 최근들어 합동작전을 벌이는 등 조직적 공세를 강화하고, 공격대상도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군 뿐만 아니라 한국인, 일본인 등 민간인과 적십자사 등 구호단체에 이르기까지 무차별로 확대,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들의 목적은 미국을 지치게 해 이라크에서 점령군을 철수시키는 데 있으며, 저항세력의 규모를 미국 정보당국은 핵심 분자 5천여명을 포함 2만~4만명 쯤 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담 후세인이 생포된 후에도 이라크 곳곳에서 미군과 저항세력간의 교전이 잇따르고, 후세인 지지자들의 과격시위가 이어지는 것은 미국이 바라는대로 사태해결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견케 한다.

미국의 강경론자들은 후세인의 복귀를 노리는 옛 군사조직이 저항세력을 지휘하고 있기 때문에 후세인 체포는 저항세력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해 왔으나, 그 주장이 무색해지고 있는 셈이다.

현재 심문을 받고 있는 후세인도 자신은 저항세력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저항세력의 여전한 반항과는 별개로 이라크 사태 해결을 더욱 비관적이게 하는 것은 내년 6월 과도정부 수립과 주권이양을 앞두고 다시 재연되고 있는 종족간의 갈등이다.

북부지역 쿠르드족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독립은 요구하지 않고 있으나, 강력한 자치권 인정과 후세인 시절에 뺏긴 땅과 재산의 반환을 수니족에게 요구하고 나서 마찰을 빚고 있다.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시아족은 정파간의 갈등이 심각하다.

시아족 최고위 성직자 알리 시스타니를 중심으로한 종교적 그룹은 신정정치에 가까운 회교국 건설을 고집하는 반면,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찰라비 과도통치위원회 의장은 서구식 민주주의 정부 수립을 원하고 있다.

더욱이 새로운 지도자로 입김이 막강한 시스타니는 5월에 실시할 과도정부 의회구성을 직접선거로 뽑고, 투표권도 후세인 시절의 식량배급 카드를 기준으로 할 것을 요구해 미국 브레머 행정장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같은 문제들이 잘 풀리더라도 경찰과 군대 지휘권의 이라크화는 가장 위험부담이 크다.

미국의 주권 조기이양 시간표에 맞춰 급조된 이라크 경찰과 군조직은 여러 종족이 뒤섞여 있어 이들 리더들의 갈등은 자칫 내전으로 번질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후세인 축출 후 사회적 지위를 잃은 수니족의 불만도 높아만 간다.

이들의 불만이 고조, 저항세력들과 손을 잡는다면 사회혼란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다.

사태를 비관적으로 보는 일부 전문가들은 앞으로 6개월 동안 반미 저항세력의 반격 못지않게 이라크인들 간의 분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하고, 미국 혼자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워 결국은 이라크를 포기하고 유엔에 넘길 것으로 본다.

미국은 후세인 체포에 기고만장, '테러전쟁의 고삐를 더욱 조일 것'이라고 선언하는 등의 일방주의 자세로는 이라크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유엔 무력화 기도를 중단하고, 이라크 전 반대 서방국들과의 관계를 정상화 해야 한다.

이라크 채무탕감 논의를 위해 제임스 베이커를 특사로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에 보내면서도 뒤편에서 이라크 재건사업에는 배제시키는 강경론자들의 술책은 더 이상 먹혀들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부시는 깨달아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어야 미국은 이라크 문제의 올바른 해결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종성(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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