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논단-신행정수도 건설의 문제점

입력 2003-12-17 11:46:41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국회 건교위는 지난 8일 정부가 발의한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정부의 원안대로 통과시켜 법사위로 넘겼다.

어쩌면 이것이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첫 삽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신행정수도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신행정수도 건설이 수도권 과밀 해소와 각 지역의 균형 발전을 동시에 이룩할 수 있는 '상생의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신행정수도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신행정수도 건설이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지역간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건설비용, 안보문제, 통일 이후의 수도 이전에 따르는 국력 낭비, 대선 전략의 정책화에 따르는 위험 등도 결코 작지 않음을 역설한다.

그러나 누구도 수도권이 지금처럼 과밀해지고 수도권과 지방간의 격차가 커진 원인을 따져서 신행정수도 건설의 타당성을 검토하지 않는다.

수도권 집중의 원인은 자발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으로 대별할 수 있다.

자발적인 것은 민간 경제주체가 효율적이라고 판단하여 그렇게 한 것으로 문제가 없는 행위이다.

수도권은 풍부한 강수량, 넓은 면적, 비옥한 평야지대, 대외무역의 이점 등을 가지고 있다.

인구와 거래의 집중은 생산과 판매에 있어서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향유하게 만든다.

다른 도시에 비해 수도권은 이러한 이점이 매우 크다.

과거나 지금이나 외국의 지식과 문물은 수도권과 인근 항구를 통해 들어와 다른 도시와 농촌 등으로 전파되어 왔다.

인위적인 것이란 강제적으로 수도권집중을 초래한 원인이다.

이것이 수도권집중으로 인한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한다.

조선왕조로부터 현재까지 모든 정부는 중앙집권적인 정치체제를 유지해 왔다.

그 결과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집행기관일 뿐이다.

예를 들어, 중앙정부는 많은 인.허가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그 결과 수도권에 물자와 공장이 집중된다.

큰 중앙정부는 많은 재화와 용역을 소비하기 때문에 그것 자체가 대단한 이권이다.

중앙정부는 자신과 수도권 인구의 편리함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외국 문물의 수입을 위해서도 수도권에 전철, 도로, 공항, 항만 시설 등을 완벽하게 구축해 왔다.

이러한 행위는 다른 도시에 비해 수도권에 엄청난 보조금을 지불하는 것이다.

자연히 수도권에 인구와 기업이 집중하게 된다.

세 번째는 자발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이 혼합된 것이다.

과거부터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라"라는 말이 구전되고 있다.

지금도 똑똑한 학생은 지방 명문대학에 진학하기보다는 서울에 소재한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시하는 국민들의 의식은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니다.

앞에서 지적한 두 가지 원인에 의해 긴 세월 동안 형성된 것처럼 보인다.

이제 다시 이러한 의식이 수도권집중을 촉진한다.

정치와 행정을 담당하는 수도를 옮긴다는 것은 비자발적인 것의 궁극적 원인을 옮기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신행정수도는 상당한 정도까지 집중 현상이 일어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처럼 말이다.

그러나 수도권의 과밀은 거의 변화가 없을 것이다.

공무원과 관련자 일부만 신행정수도로 옮기고 나머지는 그대로 수도권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전에 옮긴 정부부처처럼 말이다.

또, 향후 정부가 끊임없이 비대해질 것이기 때문에도 그렇다.

수도권집중을 완화하는 방법은 실질적인 지방분권이다.

그것은 물론 지방의 발전도 가져오기 때문에 지역간 격차를 줄인다.

그러나 현정부는 지자체가 가진 재산세율 결정권도 회수할 것을 검토한다는 뉴스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방분권이라도 권리의 단순한 이전은 민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합이 작아지는 방향으로 지방분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지방분권으로 수도권 집중은 완화되겠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엄청난 공적자금을 몇 십 년에 걸쳐 갚아야 한다.

이것은 마치 많은 빚을 진 가계가 가장의 집무실이 좁다고 큰 돈을 들여 별채를 따로 짓는 꼴이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고 그것을 고치는 길만이 유일하고 유효한 대책이다.

신행정수도 건설은 결코 그런 방법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