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기자회견 일문일답

입력 2003-12-16 14:07:44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자금 10분의 1' 발언과 대선자금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모두발언:대선자금 비리문제로 국민께 심려끼쳐 송구스럽다.

제 문제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대선자금으로 국민들이 마음 상하고 피곤하실 것이다.

모든 것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하더라. 한편으로는 너무 피곤하다.

빨리 마무리지어라고 말한다.

저와 정치권에게 제안하고 싶다.

우리 이제 허물이 드러나고 지난 일에 잘못을 다시 없었던 일로 돌릴 수 없다해도 반성의 정치로 새로운 정치의 희망을 국민에게 보이자고 제안드린다.

그리고 곧 총선을 통해 겸허하게 국민심판 받으면 때론 용서받을 수도 있다.

저는 총선을 치르지 않지만 수사에서 드러나면 저의 입장을 밝히고 재신임 과정을 국민께 의논드리겠다.

―청와대 참모진 설명 따르면, 4당 대표회동에서 10분의 1을 넘으면 정계은퇴하겠다는 표현이 잘못 해석됐다고 했다.

▲제쪽의 불법 선거자금이 한나라당쪽의 불법자금의 10분의 1을 넘으면 정계은퇴하겠다고 한 말은 사실이다.

그 뜻이 크게 왜곡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을 가지고 국민앞에 폭탄선언이나 승부수 목적으로 한 말이 아니다.

지난 일요일 4당 대표회동에서 이라크 파병문제 논의한 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제게 의혹을 제기했다.

소위, 대통령쪽 불법자금은 정말 그렇게 적은가 하는 요지의 발언이었다.

무척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근거없는 의혹제기가 계속되고, 그로 인해 자기들의 책임을 줄이려고 하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정당하겠지만 사실이 아니라면 차단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만 좀 무책임한 의혹부풀리기 그만했으면 좋겠다.

한나라당은 그 당대로 법절차대로 조사받고 우리도 조용히 수사받으면 된다.

괜히 근거없는 의혹 제기하지마라. 그러면서 실제로 10분의 1 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넘으면 정계은퇴하겠다고 했다.

이 사실을 또 한번 강조하고 싶은 강한 욕구가 생긴다.

직을 걸고 맹세를 해야 믿어줄 게 아니겠는가. 그 말에 책임질 수 있는가. 그 부분은 임시위기 모면키 위해 자신없이 헛소리한 게 아니다.

그 말에 결과적으로 책임지려 한다.

근거없는 의혹제기에 대한 강한 쐐기가 필요했다.

그 말의 적절성 여부를 따지면 문제의 본질에 벗어난 것이다.

오죽 공격했으면 그렇게까지 말했겠는가. 결과가 밝혀지고 나면, 국민들에게 재신임을 묻는 방법을 찾겠다.

이것은 저의 양심의 부담에 의해 정치인들의 책임을 지는 전통이 필요하다는 뜻에서 말씀드린 것이다.

재신임은 꼭 묻도록 하겠다.

10분의 1은 재신임과 관계없이 약속을 지키겠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불법 대선자금 책임지겠다고 검찰에 자진출두했다.

이제 국민관심은 대선자금과 관련, 어떤 입장을 취하실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 방문조사 받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전 총재의 검찰출두 사실을 접하면서 참으로 착잡했다.

제가 선거하는 동안에도 끝난 뒤에도 가까운 사람들이 이 전 총재를 비난하면 항상 반론을 제기하곤 했다.

이 전 총재가 보통 사람이 아니고 각별히 잘 수련된 사람이다.

그가 정당입당 전 아는 법조인에게 '이 전 총재가 법조계에서 훌륭하냐'고 물으니 모든 이가 인정하더라. 대한민국 사법부에서 아주 자질이 우수하고 자세가 바른 법관이라 알려졌고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구장이 잔디구장이 아니라 진 뻘밭구장이라서 여기 들어오면 사람이 변한다.

그렇게 말하는 분이나 저든 큰 소리를 말할 처지가 아니다.

대선구장은 뻘밭구장이다.

그것이 과거에 그랬다.

점차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전에는 규칙도 없고 울퉁불퉁한 자갈밭 비탈경기장이었고 지금도 잘 다듬어진 잔디구장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가장 그래도 덜 오염됐을 것으로 믿었던 분이 그렇게 검찰출두하는 모습을 보고 착잡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그러나 어쩌겠냐. 우리에게 미래가 남아있지 않다면 국민들도 그 분을 용서하고 싶을 것이다.

이 고통언덕을 넘어 새롭게 가야할 미래가 있기에 이와 같은 개인의 희생을 감수하길 바라고 있다.

제 스스로도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냐. 오십보 백보아니겠냐. 그 분의 출두모습을 보고 제모습이 겹쳐지는 느낌을 받았다.

착잡하고 고통스럽다.

대통령도 뭘 해야하지 않겠냐. 이 전총재가 한 수 받아쳤으니 대통령도 받아쳐야한다고 바라보는 분도 있지만 저는 대통령이다.

대통령으로 이미 밝혀왔던 대로 성역없이 수사받겠다.

측근비리에 관해 오늘 중 특검임명을 하겠다.

대선자금은 국회에서 특검 정해주면 이의없이 특검받겠다.

저도 두 번의 검증을 받아야 하고 검찰은 수사의 공정성을 검증받을 것이다.

그냥 자진해서 검찰에 나갈 생각은 없다.

수사상 검찰에서 필요하다 판단되면 와서 조사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어떻든 밝히는 문제에 관해 사실에 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은 또다른 공격 불러일으킨다.

10분의 1 발언이 검찰의 수사 가이드라인 비난이 있는 마당에 사실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국민앞에 밝히고 신임을 구하겠다.

―썬앤문 그룹 1억원 수수, 장수천 빚 탕감에 대해 대통령이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

대통령 측근 이광재.안희정 수사를 받고 있다.

소회를 밝혀달라.

▲미안할 따름이다.

정말 정치를 하면서 대통령 되리라 기대 높지 않았지만 대통령이 되면 이런 의혹으로 시달리지 않는 대통령이 되고 싶었다.

철저하게 하느라고 노력했지만 철저하게 하지 못했고 그래서 국민 앞에 부끄러운 모습이 돼 있으니 미안할 따름이다.

심정으로야 모르는 것을 다 정리해서 국민께 말씀드리고 싶다.

안희정씨가 나라종금 문제로 수사받을 때 국민앞에 고백이란 측면보다 안씨가 너무 어려움 겪고 있어 사실을 밝히려고 했었다.

그러나 많은 참모들이 대통령으로 적절치 않다는 점과 수사에 영향을 주는 말로 많은 비난을 줄 수 있다고 해 가슴아팠지만 말을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속시원히 말하면, 당장 그 이후부터 마음이라도 편할 것 같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저는 다 안다고 말했는데 미처 알지못했던 새로운 사실 드러나면 거짓말을 한 게 되고 검찰 가이드라인으로 오해될 소지도 있어 수사가 끝나고 제 양심껏 국민께 보고드리겠다.

―대선자금 수사후 국정쇄신 입장을 밝혔다.

일부 장관 출마설이 나돌고 사의표명한 장관도 있다.

개각폭과 열린우리당 입당은 언제쯤 할 것인가.

▲개각은 연말에 좀 있을 것이다.

이것은 쇄신차원의 개각은 아닐 것이다.

쇄신개각이라는 이름붙이는 것 적절치 않다.

지금은 중간개각 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난 1년 평가해 내년도 새로 세운 정부목표에 맞는 전략적 인사다.

대통령이 신임하더라도 국민이 신임하기 어려운 장관이 있어 여론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분은 책임지고 사표낼 것이다.

큰 폭의 인사나 문책인사는 없고 스스로 사임하는 것이다.

강권없이 정치하려는 분, 빨리 정리하라고 말했다.

업무추진과정에서 신뢰잃어 감당할 수 없다는 분 물러난다.

입당문제를 두고 피하는 이유는 두가지다.

하나는 허물에 대한 조사가 진행돼야 하기에 실제 조사받더라도 국민앞에 겸손하게 조사받는 모습, 그렇게 임하고, 또한편으로는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챙기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한 시도 국정을 놓치지 않고 빠뜨리지 않는 자세로 임하겠다.

정치적 거취를 두고 총선전략에 임하는 자세는 좋지 않다.

대통령은 정치인이다.

정당에 입당, 선거운동을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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