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연말 분위기가 완연하다.
송년 모임도 많고, 먹고 마시는 자리도 많다.
백화점앞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밤거리에 반짝이는 가로수가 연말 분위기를 돋운다.
그런가 하면 이럴 때일수록 불우한 이웃을 배려하고 돕자는 분위기도 생겨난다.
방송에서 캠페인을 벌이는가 하면 거리에는 구세군의 종소리와 자선냄비가 등장한다.
명암이 교차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연말 분위기가 잘 반영하고 있다.
이 때가 되면 우리가 잊을 수 없는 불우한 이웃이 또 있다.
바로 북녘 주민들이다.
배고픔과 추위로 긴 겨울을 고통으로 보내야 하는 북한 주민들을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된다.
한반도의 비극적 분단현실이 연말이 되면 더욱 선명하게 나타난다.
지금 우리 앞에는 북핵문제라는 골칫거리가 있다.
연내 열릴 것으로 기대했던 제2차 6자회담도 연내 열리기가 불가능하고 내년 1월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북한 당국이 '동시병행원칙'을 내세워 버틴 결과다.
이런 평양 당국에 대해 우리 국민의 감정이 좋을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담하게 겨울을 보내야 할 북한 일반 주민의 고통을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이중적 감정을 우리 국민 대다수가 품고 있는 것같다
이맘때 북한 주민을 생각할 때, 북한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전력난이라고 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가 햇볕정책을 추진했을 때 북한이 가장 강하게 원했던 것이 바로 전력이었다.
북한은 남한으로부터 직접 송전방식에 의한 대북 전력지원을 일관되게 요구했다.
정상회담이 성사된 배경에 전력문제 해결 약속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
정상회담 이후 열린 장관급 회담에서 전력지원을 요청한 점이 증거다.
그리고 당시 김대중 정부는 대북 전력지원을 추진했다.
물론 그것이 미국의 반대와 국내 여론의 형성 실패로 구체화되지는 못했다.
이후 김대중 정부는 레임덕에 빠져 대북정책을 제대로 펼칠 수 없었다.
거기다가 제네바합의틀의 일환으로 미국이 매년 50만t의 중유를 공급하던 것을 1년 전부터 중단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이 지원하던 중유도 공급이 끊겼다.
지난 10월 말 우방궈 중국 인민대표회의 상임위원장 방북 때 중국의 대북 중유 지원 재개 약속이 있었다는 외신보도가 있었다.
북한을 6자회담으로 끌어내기 위해 중국당국이 사용한 영향력의 수단이 바로 에너지 지원이었다는 점은 북한의 전력난이 얼마나 심각하고 시급한 일인지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그래서 북핵문제는 일단 6자회담, 즉 다자간 외교 해법에 따라 점진적으로 풀어나가고, 당면한 북한의 전력난은 다른 해법을 마련해 완화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 외교를 통해 중국을 움직이고 대북 중유 공급을 재개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중국의 북한지원에는 무연탄 같은 다른 유형의 에너지 지원도 포함시키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둘째, 남한이 국민적 여론 형성을 통해 에너지 지원을 식량이나 비료와 같은 인도적 지원으로 전환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에너지위기가 농업을 망치고 그에 따라 만성적 식량난을 겪고 있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국민적 합의 조성이 되면 무연탄 같은 것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없이 북한에 지원할 수 있다.
이미 남북간에 진행된 남북전력협력사업도 가속화해야 한다.
개성공단에 필요한 전력은 이미 우리가 조달하기로 되어 있는데, 지역을 좀 더 확대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셋째, 위의 방안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혜자인 북한 당국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북한 당국은 6자회담에 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는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설정되고 있다.
북한은 이 대세를 거스를 아무런 수단이나 능력이 없다.
그렇다면 핵카드에 집착하기보다는 한반도 주변에 새롭게 생겨난 다자주의의 공간을 가장 슬기롭게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이롭다.
겨울이 되면 북한 일반주민들의 생활이 더욱 가혹할 수밖에 없다.
전력난 때문이다.
북한의 전력난을 방치하는 것은 인도주의 정신에도 맞지 않고, 정부의 평화번영정책 기조와도 어긋난다.
이수훈(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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