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하는 오후

입력 2003-12-16 09:03:39

한 장 찢어내면 오고야 말 것이

봄인 것을, 누구도 모르진 않지만

갇혀 지낸다.

습기 없는 방안에서.

수직이 위태로운지 숫자들은 떨리고

내다보는 창 밖 백목련 가지 끝은

예감인 것을…, 아내의 입덧

황토에 자란 찔레넝쿨 폭설에 갇혀

가시를 하나 둘 떨구기 시작했다.

서성이며 신종 감기를 앓는다.

박윤배 '겨울 달력'

박윤배 시인은 충청도 출신이다.

대구에 와서 교사로 재직하면서 지역의 배타성 때문에 마음 고생이 많았으리라.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을 했는지 진득한 마음씨로 한결같다.

말하는 투가 여기와 달라서 가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오래 지켜본 바로는 의리가 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이 시는 겨울 달력 아래 숨어있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적었다.

은유와 상징이 독특하고 사물을 보는 시각이 개성적이다.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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